"이회창 대 반이회창"의 틀속에서 결판이 날것으로 예측되던 여권의 차기
대통령후보 경선구도가 시간이 흐르면서 어느 진영도 승리를 장담할수 없는
예측 불허의 난전으로 치닫고 있다.

당초 당대표의 프리미엄을 업고 다른 주자 개개인과 비교해서는 압도적 세를
구축할 것으로 기대되던 이대표의 지지세 확산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데다
이수성 고문과 최병렬 의원이 경선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당내 세분화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형우 고문의 입원과 김덕룡 의원의 "한보상처"로 독자후보를 내지
못하고 반 이회창 연합전선에서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됐던 민주계가
7일 계파 통합사무실을 열고 행동통일을 모색키로 한 것도 경선구도의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현재까지 거명되는 인사들 모두가 경선에 참여할 경우 1차 투표에서 누구도
20%선을 득표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의원들의 표가 후보와의 친소관계나 지역적 연결고리로 뿔뿔이 흩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때문에 8~9명의 대선주자들이 2차 투표에서의 합종연형을 고려, 1차 투표
에서 다수표를 얻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선거운동 기간중 세불리를 느끼는 일부 주자들이 1차투표전에
제휴관계를 모색하게 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대선주자들은 이미 상대방의 의중을 탐색하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당초 가장 그럴듯한 경선 시나리오는 이회창대표 김윤환 고문 등 주류와
박찬종 이한동 이수성 이홍구 고문 김덕룡 의원 이인제 경기지사 등 비주류가
맞붙는 대결구도였다.

그러나 이제는 1차투표에서는 3~4명의 주자를 중심으로 이합집산이 이뤄지고
결선 투표에서 양파전의 양상으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누가 2차 투표에 나설수 있을지 조차도 불투명하다는 관측이다.

이대표의 경우 김윤환고문이 최근 약간의 태도 변화를 보이고 있어 1차 투표
에서의 1위 확보도 부담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비주류간에도 갈등기류가 흐르고 있어 아무도 결선진출을 장담할수 없게 된
것은 마찬가지다.

경선구도의 최대 변수는 누가 뭐래도 이수성고문이 민주계의 지지를 받을수
있을지 또 이와함께 이홍구 이한동 고문과 최병렬 의원중 일부를 끌어 안을수
있을지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럴 경우 이고문은 당내뿐 아니라 자민련내 TK세력까지를 포함한 엄청난
세를 구축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박찬종 고문은 이홍구 고문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박고문은 수차례 개별 회동을 가진데 이어 지난 6일에는 이고문이 주도하는
미래사회연구원 초청 토론회에 자발적으로 참석, 행사를 축하했다.

이와함께 민주협 활동으로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민주계의 지지와
김윤환 고문의 지원사격을 은근히 염두에 두는 분위기다.

이홍구 고문은 그러나 결선투표제가 있는 한 여러 주자들로부터 거부감이
없는 자신이 오히려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보고 여타 주자들을 설득해
나가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다른 시나리오는 민주계 중진인 김덕룡 의원이 중심축이 되는 구도다.

사실 김의원의 향후 거취에 따라 경선구도가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최형우 고문이 쓰러진 이후 김의원이 당내 최대 계보를 거느리고 있기
때문이다.

김의원측은 민주계 대다수가 "제3의 후보"를 옹립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힐 경우에 대비, 이회창 진영과의 연대도 전혀 배제하지는 않는 듯하다.

< 박정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