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의 새로운 평가기준에 따라 올해부터
정식으로 "선진경제권"(Advacned Econcmies)에 편입됐다는 소식은 반가운
마음 한편으로 민망함을 감출수 없게 한다.

IMF는 지난 23일 세계경제전망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그동안 선진국을
지칭하던 "선진공업국"이란 용어를 "선진경제권"으로 바꾸고 이제까지
개도국으로 분류하던 한국 대만 싱가포르 홍콩 이스라엘 등 5개국을
선진경제권으로 승격시켰다.

그동안 선진공업국이란 용어에 익수해져온 사람들로써는 IMF가
선진경제권이란 새로운 개념을 도입한 것에 대해 다소 생소한 느낌을
가질수도 있겠으나 선진국의 제조업비중이 낮아지는 상황을 고려할
때 이같은 용어변경의 배경은 쉽게 납득이 간다.

우리나라는 이미 IMF8조국에 가입해있고 자금수혜국에서 졸업한 상태이기
때문에 선진경제권 편입은 예견돼온 것이라고 할수 있다.

또 IMF가 한국을 선진경제권으로 분류하게된 기준으로 제시한 국민소득,
금융시장의 발전도 다양화된 산업구조, 서비스시장의 급성장 등은 분명히
선진국 수준에 이르렀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IMF의 평가가 아니더라도 우리경제는 적어도 외형적으로 선진국문턱을
넘은 것이 사실이다.

이미 "선진국의 사랑방"이라고 하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가입했고
WTO(세계무역기구)등 세계 주요경제기구에 능률적으로 참여해 선진국으로써
손색없는 역할을 수행해오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한국경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높은 평가를 떳떳하게
받아들일수 있을만큼 우리경제가 알찬 내용을 갖추고 있는지를 다시한번
묻지 않을수 없다.

물론 외부의 이같은 평가에 대해 우리국민은 일단 자긍심을 가질수도
있을 것이다.

내부적으로는 이런 저런 문제들이 있긴 하지만 외부로 나타난 경제적
성취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부의 시각이야 어떻든 우리경제의 내용이 선진국수준에
도달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경제운용의 틀이 그렇고 산업구조나 국민의식 할것없이 아직도 개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게 솔직한 평가라고 본다.

때문에 우리경제가 명실공히 국제적 평가에 걸맞게 선진화되려면
만성적인 고비용-저효율구조를 과감히 털어버리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경제체제를 구축하지 않으면 안된다.

새로운 시대-새로운 체제란 요컨대 정보화사회에 적합한 시장경제의
활력과 개인의 창의성을 극대화 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이번 IMF보고서를 계기로 싫든좋든 우리경제는 외부로부터 확실하게
선진국대접을 받게 됐다.

이제 어떻게하면 그같은 대접에 어울리게 우리경제의 체질과 내용을
선진화하느냐에 관심의 초점이 모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국민의식이 선진경제를 누릴만한 자격을
갖추는 일이 중요하다.

의식의 선진화가 따르지 않는한 국제사회의 한국경제에 대한 높은
평가는 모두 허사로 끝나고 말 뿐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