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 배만 고프지 않을 만큼 있으면 되고, 집은 비바람을 막아서 병만
나지 않을 정도면 족하다"라는 옛 말이 있다.

하지만 요즘엔 경제 여건이 좋아져 일부 주택은 사치의 극을 향해 치닫는
느낌이다.

물론 개인의 취미와 성향에 따라서 주택 내부를 치장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도가 지나치면 문제가 있다.

풍수에서 지나칠 만큼 사치스럽고 화려한 집은 흉상으로 보며, 균형있고
청결한 집을 길상으로 본다.

고급 인테리어를 선호하다 보면 거실 바닥에 수입 대리석으로 깔기도
하고 벽면과 천장엔 무거운 소재를 많이 사용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소재는 대개가 돌이나 동 등 차고 무거운 것이기에 거주자에게
생기를 불어넣어주지 못하고 오히려 기운을 뺏어가게 된다.

주택의 구석구석에까지 다양한 자재를 사용해 치장하는 것은 풍수론을
떠나서도 좋을게 없다.

요란하게 치장된 장식품이 주인이 되고 거주자는 손님으로 전락하는
형국이 되어 거주자를 위한 주택이 아니라 장식을 위한 전시품같은 주택이
된다.

결국 그 집에 사는 사람이 편안한 주거 생활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또 인테리어 자재중에 화학 소재가 많아 자재에서 자연발생하는 유해
가스가 거주자의 건강에도 심각한 해를 미치기도 한다.

요즘 일부에서 최고의 자재를 사용하여 지은 집이 채당 10억원 이상의
가격으로 부동산 시장에 나오고 또 나오기가 무섭게 프리미엄까지 붙어
거래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는 풍수의 가상으로 볼 때 매우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이다.

인간이 사는 집은 보금자리임과 동시에 의복과 같은 의미도 갖고 있다.

의복은 편안하고 실용적이어야 한다.

쓸데없는 장식품이 많은 옷은 불편함과 거추장스러움만 더해 주는 것이다.

분수에 넘칠 정도로 화려하게 치장한 주택에서 산다는 것은 경제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

가상에서 집안내부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양기는 번영과 발전의 조짐으로
보지만, 인위적으로 치장하여 외형만 화려하게 만든 것은 풍수상의 양기가
아니라 잠시 밝았다고 순간에 꺼지는 것과 같아 쇠망의 시작이라고 본다.

주택은 건축공학적인 면과 함께 인간공학적인 면까지 감안해서 지어야
하는 것이다.

무조건 최고만을 지향하는 졸부들의 주거 성향은 오히려 흉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정광영 < 한국부동산컨설팅 대표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