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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론] 공기업 경영효율화 방안 .. 이주선 <한국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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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선 <한국경제연구원 규제연구센터실장>

    4월1일 재정경제원은 한국개발연구원의 연구내용에 따라서 "공기업 경영
    효율화 및 민영화에 관한 특례법" 시안을 확정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 법 시안은 우선 최고 경영자를 금년 하반기부터 과반수 이상의
    사외이사를 포함하는 11명이내의 이사로 구성된 이사회가 추천하여
    주주총회에서 선임하도록 하고 이사추천 및 해임에 관한 사항을
    주주총회전에 심의하는 주주협의회를 두도록하고 있다.

    또한 한국통신, 가스공사, 담배인삼공사와 한국 중공업의 주식 매각시
    경제력 집중 억제와 소유분산을 위해서 1인당 소유지분 한도를 10% 이내로
    하고 외국인에 대해서는 이 규정에 관계없이 이 공기업들에 대한 주식취득에
    대하여 3년 임기중 이사의 의무를 위반하였거나 경영성과가 현저하게
    부진하지 않은 경우 해임할 수 없도록 하고 연임도 제한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주무부처의 경영에 대한 업무 감독권을 폐지하고 감사원 또는
    국회의 국정감사도 대폭 축소하도록 하며 우려되는 최고 경영자의
    기회주의적 행동을 견제하기 위해서 사외이사들의 견제기능을 활성화한다는
    계획도 포함하고 있다.

    더구나 이 시안은 전문 경영인과 사내이사는 물론 사외이사들의 적극적인
    활동을 유도하기 위해서 스톡 옵션제도나 경영성과에 따른 상여금 지급을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방안들을 규정한 입법은 과연 공기업들의 경제적 효율성
    제고라는 목표의 달성을 가능하게 할 것인가?

    이에 대한 답변은 영국의 대처 행정부가 공기업에 대한 효율성 제고를
    위한 유일한 대안으로 민영화를 선택한 배경에 대한 고찰을 통해서 가능하다.

    영국은 제2차세계대전 이후 복지국가의 이념을 토대로 기간산업의
    국유화, 누진적 조세제도 그리고 사회보장제도로 대변되는 개입주의적
    시장경제 체제를 채택하여 왔다.

    이러한 개입주의적 정책기조는 전후 노동당 정부에 의해서 시작된
    산업에 대한 국유화 정책으로 가시화되었고 50년대 이후에는 어느
    당이 집권하느냐에 관계없이 산업에 대한 국유화 정책이 지속되었다.

    이렇게 국유화 정책이 지속되면서 국영기업들에 대한 지배구조는
    의회가 공익을 위해서 행정부의 관계부서 장관들을 통제하고 장관들은
    의회를 대신해서 공기업들의 목표에 대한 일반적인 명령 또는 지시를
    행하는 반면 일상적인 경영권은 전적으로 공기업의 경영진에게 위임하는
    것을 근간으로 하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50년대부터 발생한 공기업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이
    지배구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지배구조의 문제점을 요약하면 대부분 관계부처 장관들의
    공기업에 대한 간섭은 일상적인 경영활동에 관한 것이고 공기업의
    목적 등에 대해서는 전혀 직접적인 명령이 없었다는 점이었다.

    또한 경영진에 대한 임면권과 비공식적인 압력행사 등을 통해서 정부나
    여당은 항상 공익이 아니라 자신들의 정치적인 이익을 보장하는 공기업의
    운영을 추구하는 것이 보편적이었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1976년 국가경제발전국(National Economic
    Development Office)은 노동당 정부에 정부의 각 부처 장관들과 공기업의
    경영진사이에 해당부처 장관, 공기업의 최고 경영자, 노조, 소비자,
    생산요소의 공급자, 금융권의 관련자로 구성된 정책협의회(Policy Council)를
    설치하여 각 부처 장관들의 공기업에 대한 영향력 행사를 제어하고 공기업의
    경영진들에게 장기적인 목표와 전략을 개발하여 공급함으로써 일상적인
    경영권을 자유롭게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권고하였다.

    그러나 이 방안은 공기업 경영진들과 노동당 정부의 반대에 부딪혔다.

    반대의 이유는 그렇지 않아도 다중적인 공기업의 계층구조에 또 하나의
    계층을 추가함으로써 주인-대리인 문제를 심화시켜서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방해할 것이며 전략적인 결정과 일상적인 경영활동의 구분이 항상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과거에 있었던 지배구조의 모순은 이 방안을 채택하여도 그대로
    드러날 것이라는 우려때문이었다.

    정책협의회 설치에 대한 반대와 산업에 대한 국유화를 지지하는
    여론으로 인해서 영국의 각 정부들은 1979년에 이르기까지 문제의
    해결점을 찾지 못한 채 과거의 공기업 구조를 그래도 유지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미봉책과 국유화 기조 유지는 영국경제를 "영국병"이라고
    일컬을 만큼 심각한 구조적 침체국면에 몰아 넣었다.

    1979년에 집권한 보수당의 대처 행정부는 영국병의 원인이 공공부문의
    심각한 비효율성에 기인하고 있으며 국영기업들의 기존 소유.지배구조를
    유지한 채 이러한 비효율성은 결코 타파될 수 없다는 인식을 하였다.

    이와같은 인식은 경제적 효율성 제고를 위해서 정부와 공기업들 사이의
    고리를 원천적으로 끊는 것이 유일한 방안이라는 결론에 도달하였고
    민영화가 실천방안으로 채택되었던 것이다.

    영국의 민영화 과정이 시사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정부가 소유와 지배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그것이
    무엇이든지 간에) 연결고리를 공기업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한 공기업의
    경영진이 경영활동을 자율적으로 행할 수 있는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는
    점이다.

    이는 정부가 민영화를 포기하고 공기업의 경영 효율화를 추구하기 위해서
    주주 협의회나 사외 이사제도를 둔다고 할지라로 실제는 중첩된 공기업의
    소유.지배구조를 더욱 복잡하게 할 뿐 실제로 경영효율화를 도모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시사한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영국의 민영화 과정은 소유.지배구조에 대한 변경없는 공기업
    경영진의 재량권 확대와 시외이사를 통한 견제가 민영화의 대안으로서
    공기업의 원천적 비효율성을 개선하는 역할을 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설사 공기업의 경영진이나 사외 이사들에 대한 보상 시스템을 마련한다고
    할지라도 원 소유주인 일반 국민들의 이익을 반영하지 못하는 지배구조는
    결코 대리인인 사외이사나 경영진의 기회주의적 일탈행위들을 막을 수 없을
    뿐더러 이들이 담합이나 증대된 재량권 행사를 통해서 반응할 경우 경영
    효율화는 불가능할 것임을 쉽게 짐작하게 한다.

    이렇게 볼 때, 현재 정부가 추진중인 "공기업의 경영 효율화 및 민영화를
    위한 특례법"의 제정은 공기업 경영 효율화는 커녕 공기업의 소유.지배
    구조에 복잡성을 가중시킴으로써 향후 공기업의 비효율성을 더욱 증가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법률의 제정은 즉시 중지되어야 한다.

    오히려 정부는 민영화 촉진을 위해서 관료들의 민영화 추진체계에 대한
    독점을 해소하고 민영화 과정에 대한 독립성을 보장하여야 하며,
    소유.지배구조의 완전한 민간 이양과 민영화 기업에 대한 정부의 간섭과
    규제 철폐를 도모하고 독점적 공기업들의 민영화시에 경쟁도입 방안을
    마련하는 기능을 수행할 기관을 설치하는 것을 골자로 한 가칭 "민영화
    촉진을 위한 특별법" 마련을 위한 기초라도 놓아야 한다.

    현 정부의 임기내에 민영화를 위한 이러한 최소한의 정지작업이라도
    도모하는 것이 진정 공기업들의 경제적 효율성 제고를 위한 구조개혁을
    앞당기는 데 현정부가 기여하는 길이 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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