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적인 운영방식을 도입한 대형도매사 몇개의 경쟁체제로 바뀌었으면
합니다" (출판사).

"현재의 도매구조를 갑자기 바꾸면 엄청난 혼란이 초래될 게 뻔합니다"
(도매상)

도서유통의 문제는 출판사와 도매상, 도매상과 서점의 거래선이 너무
복잡하다는 데서 출발한다.

필요이상의 많은 책이 서점에 진열됐다가 반품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는 것.

도매상의 순기능도 있다.

물류대행, 책판매금 선불, 소매상부도때의 완충역할 등은 도매상의
긍정적 역할로 꼽힌다.

현재 총판을 포함한 전국의 도매상은 80여개.

이중 보문당 한국출판유통 한국출판협동조합 송인 학원 한양유통
한국출판유통 고려 부산한성 등 8개 도매상이 전체 단행본시장의 70%
이상을 다룬다.

나머지 70여개가 30%도 안되는 시장을 분할하고 있는 셈.

물론 교재 및 참고서가 전체 출판시장의 55%이상을 차지하는 기형적인
출판구조가 군소 도매상의 난립을 낳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기는 어렵다.

김영사의 경우 현재 40여개 도매상과 거래한다.

독자들이 쉽게 사도록 책을 공급하려면 이 정도 숫자의 도매상과
거래해야 한다는 것.

김영사 규모의 출판사도 많지 않은 국내 현실을 감안하면 결국 대부분의
출판사는 책을 만드는 일보다 서점공급을 위한 도매상과의 거래에 더
신경을 쏟아야 한다는 결론이다.

이에따라 출판계는 그동안 대형 출판물유통기구 설립과 광역형
출판유통체계 구축 문제를 끊임없이 논의해왔다.

그 결과 지난해초 4백여 출판사와 서점이 공동출자한 한국출판유통
(대표 윤석금 웅진출판회장)이 출범했다.

수주 보관 배송 판매 수금 반품 등 모든 출판유통업무를 현대화된
방식으로 처리한다는 것이 당초 목표.

99년까지 1차 완공될 파주출판산업단지에 종합유통센터를 건립하고 이천
대전 대구 광주 부산에 지역물류창고 (DEPOT)를 마련해 전국 유통망을
확보한다는 계획도 제시됐다.

그러나 출판계에서는 한국출판유통이 기대했던 사업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서울출판유통 합병 이후 사업구조를 조정하는 측면이 있다손 쳐도
서점거래선 확보가 덜된 상황에서 "일원화 공급"을 추진하는 방식이
출판사들에게 신뢰감을 주지 못하는 것도 요인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한국출판유통과 일원화 공급계약을 체결한 출판사는 열화당과
서광사정도.

뿐만 아니라 이들의 경우 지난해 한국출판유통과의 계약사실이
알려지면서 기존의 도매상이 책을 무더기로 반품하는 바람에 엄청난
자금압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출판사들은 따라서 기존 대형 도매상의 변신 움직임에도 주목하고 있다.

몇몇 도매상들이 거래선을 전국으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

국내 최대의 도매상으로 꼽히는 보문당의 경우 올해안에 대전에
물류창고를 마련, 충청권 직송체제를 갖출 계획이라고 알려져 있다.

결국 도서도매 체제는 전국 규모의 도매망 확보라는 대전제 아래
일원화 공급을 주장하는 한국출판유통과 거래선 우위를 바탕으로 점진적
물류현대화와 전국 배급망 구축을 추진중인 기존 대형 도매상의 싸움으로
바뀌는 추세다.

이런 움직임을 바라보며 출판사들은 가능한한 독점적 지위의 초대형
도매기구보다 경쟁체제가 유지되고, 유통구조의 간명화.현대화를 통해
물류 및 창고비용을 대폭 줄이게 되기를 원하고 있다.

< 박준동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