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 비주류가 지난 2일 당무회의에서 당헌 개정이 무산됨에 따라
지구당위원장 비공개접촉 등 활로 모색을 위한 2단계 활동에 착수했다.

그러나 이들은 당에 남아 주류측과 대결하는 방안부터 일찌감치 탈당,
새로운 정치세력을 결집해 나가는 방안까지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어
과연 이들이 어떤 정치진로를 설정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비주류측은 3일 "전당대회 후보등록일 30일전(19일)까지 주류측의 독선적인
당 운영을 봉쇄하기 위해 지구당위원장 접촉 등을 통해 힘을 결집할 계획"
이라고 밝혔다.

비주류의 세 결집 계획만을 놓고 보면 이들의 목표는 전당대회에서 총재및
대통령후보로 경선에 나설수 있는 대의원을 확보해 놓자는데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관련, 김상현 지도위의장 김근태 정대철 부총재 등 비주류 3인방은
2일 당무회의 직후 "현재와 같은 강압적인 당내 분위기에서는 당연직대의원
(광역 기초자치단체장및 의원, 지구당위원장, 중앙당정무직당직자, 현역의원)
의 경우 주류방침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어 김대중 총재 외에는 대의원
추천을 받아 경선에 나서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는 비주류가 경선에 참가해 이기지는 못하더라도 기대이상의 표를 얻을
경우 이를 정치기반을 확대 재생산하기 위한 밑천으로 활용할 의도임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할수 있다.

비주류측이 후보등록일 마감 직전일(18일)에 전당대회에 임하는 입장을
밝히겠다고 한 것도 대의원 확보가 여의치 않을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모두 상정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들이 5월 전당대회에서 김총재와 대등한 조건에서
경선을 치를 가능성이 거의 없는 만큼 이들도 이런 결론에 도달하면 과감히
경선불참 탈당 등의 수순을 밟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당규개정안 처리과정에서 비주류측의 검토소위구성 요구가 철저히 묵살되는
"힘의 불균형"을 자초한 것도 완전결별을 염두에 둔 명분축적용 정치수순이
아니었겠느냐는 것이다.

일부에서 국민회의 비주류 민주당 통추를 포괄하는 "제4당설이"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국민회의 비주류의 탈당을 전제로 한 것이다.

주류측의 비주류에 대한 일관된 입장표명과 대응도 비주류의 선택을 더욱
강요하는 상황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류측은 비주류의 최근 움직임을 12월 대선에 전혀 도움이 안되는 "이적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비주류와의 갈등을 어떤 방식으로든 시급히 해소하는 것이 자민련과의
후보단일화협상 등 대선일정에 효과적으로 임할수 있으므로 부작용을 최소화
하는 선에서 분명한 선긋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국민회의 비주류는 민주당 통추 등 3김 청산론을 주장하는 다른 정치
세력과 연대해 당밖에서 주류측을 압박하는 전략을 쓰거나 통추가 민주당
당적을 버리지 않은채 민주당 주류측과 딴 살림을 차렸듯이 "또하나의 통추"
로 남을 수도 있다.

어쨌든 국민회의 비주류는 주류측이 철저히 강압일변도로 나올 경우 총재및
대통령후보 선출과정에서 결코 들러리를 서지는 않겠다는 내부입장을 이미
정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허귀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