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 도시화로 인해 물 사용량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늘어나고 있으나
수질오염으로 우리가 쓸 수 있는 물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지난 70년대까지만해도 물값이 석유값보다 비싼 나라들의 물사정을
농담으로 얘기했지만 이제는 우리도 물값이 석유값보다 비싼 나라가 되었다.

특히 지난 89년 낙동강페놀 오염사건은 국민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국민들도 이 사건으로 수질오염이 가장 큰 사회문제의 하나로
대두되었다는 것을 실감했다.

상황이 이처럼된 데에는 "물은 공짜"라는 국민들이 잘못된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물의 유한성 및 수자원 보전의 중요성 나아가서는 물절약의 미덕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

"수도 서울의 시민중 수돗물을 식수로 사용하는 시민은 열명중 한 사람도
안됩니다.

물이 그만큼 식수로 신뢰받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죠"

맑은물 되찾기 운동연합회의 한정호 사무국장은 우리나라 물의 가장 큰
문제는 국민들의 신뢰를 잃을 정도로 사회적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한다.

"수자원 부존량과 개발 가능지역이 치우쳐 있고 수요지는 밀집되어 있어요.

총량적으로 여유가 있어도 울산 포항 등 해안 공업도시 등은 만성적인
용수부족으로 공장은 물론 생활용수도 부족한 상태입니다"

손용구 수자원공사 조사부장은 우리나라의 연간 강수량은 세계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지만 높은 인구밀도로 1인당 수자원 양은 매우 부족하며 앞으로
상황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진단에 따르면 물문제의 핵심은 물부족을 어떻게 해결하고
질을 높일 것인가로 모아진다.

한국의 연간 강우량은 1천2백74mm로 세계 평균 9백70mm의 1.3배에 이른다.

그러나 1인당 강수량은 3천t으로 세계평균 3만4천t의 10%에도못미친다.

강수량이 넉넉한 형편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특히 90년대 들어 해마다 가뭄현상이 반복돼 우려를 더하고 있다.

갈수기인 봄은 물론 가을 및 겨울에도 용수가 부족해 다수 지역 주민들이
생활용수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다.

공업용수 부족은 더욱 심각한 수준.

국토개발연구원이 울산지역 1백65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공업용수 부족
현상을 조사한 결과 68.9%의 업체가 공업용수의 절대 부족을 호소했다.

또 37%에 달하는 업체는 물부족으로 가동중단이나 조업단축을 경험하고
있다.

우리나라 연간 강우량(수자원총량)은 1천2백67억t이지만 이중 지하로
스며들거나 증발되는 양을 제외하고 하천으로 흘러가는 물의 양은
6백97억t에 불과하다.

더욱이 4백67억t은 홍수시 흘러가버려 평상시 유출량은 2백30억t밖에
안된다.

오는 2006년 예상되는 공업용수 수요는 3백50억t으로 공급량 3백45억t을
넘어설 전망이다.

2010에는 생활수준 향상과 산업화 진전으로 20억t이상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따라 정부는 지난해 8월 물관리 종합대책을 확정, 대책마련에 나선
상태다.

종합대책의 골자는 수자원 확보와 공급책이다.

또 원가수준에 미달되는 상하수도 요금을 현실화하여 물 낭비를 줄이고
추가수입은 수질 개선에 재투자할 방침이다.

정부가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은 댐건설이다.

현재 계획중인 탐진 영월 적성댐이 완공되도 2006년 이후에는 전국적으로
물부족 현상이 예상돼 최소한 2011년까지 28개의 새로운 댐을 건설해야
물부족을 방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건설중인 댐은 한강 횡성댐, 낙동강 남강 밀양 영천댐, 금강 용담댐,
연산강과 섬진강의 부안댐 등이다.

이와함께 한강 영월댐, 영산강 탐진댐, 섬진강 적성댐이 2001년까지
건설되며 2011년을 목표로 25개 댐이 추가로 건설된다.

수자원공사는 오는 2011년까지 53억t의 수자원을 추가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용수예비율이 9%대로 확보돼 공급부족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함께 정부는 질 개선에도 발벗고 나섰다.

생활용수 및 공업용수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15개의 광역상수도와 3개
공업용수도를 2000년까지 완공키로 확정, 올해부터 건설에 들어간다.

또 수자원의 효과적 사용을 위해 민간차원에서 일부 시범실시되고 있는
중수도 시설을 확대, 대전 정부 3청사와 영종도 신공항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