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한국시간으로 오늘 새벽에 열린 "한반도 4자회담을 위한 3자
설명회"는 명칭부터 암호처럼 들려서 비전문가에겐 무척 생소하다.

그러나 본래 취지를 일부만 살려도 한반도 장래를 가름할 역사적 모임으로
주목받아야 옳다.

너무 오래 끌어서 암호 같지, 4자회담이란 김일성 사후 식량난 마져
겹치기 시작한 북한을 향해 작년 4월 제주에서 한-미정상이 한반도문제
해결을 위해 열자고 제안한 남북한-미-중 4국간의 대좌를 가리킨다.

직후 북한의 4자회담에 대한 설명요구가 있었고 이에 한-미가 공동설명회를
개최키로 합의한 것이 약칭 3자설명회이다.

비록 지레 실망은 하지 말아야 하지만 설명회의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치리라는 추측이 나돈지는 오래다.

이 시점서 중국은 차치하더라도 뉴욕설명회 참가자인 북한과 한-미는
물론 한-미 양국간의 입장마저 동상이몽이라 할만큼 서로 다르기 때문에
첫 술에 배부르리란 기대는 처음부터 무리이다.

앞으로도 시간이 더 걸리리라 각오해야 한다.

무엇보다 4자회담 자체에 대한 3자의 진의부터가 같지 않다.

우선 회담에 대한 한-미의 목적을 한반도내의 부전과 평화정착이라 본다면
북한은 한국을 따돌린 대미 평화체제 유도에 미군철수이고, 당장엔 식량원조
조기회득을 통한 위기탈출이다.

따라서 황장엽 망명과 군 고위간부 연속 사망에 이르는 비상상황에 불구,
3자회담에 외교부 부부장급을 파견하는 등 예상을 뛰어 넘는 적극자세야
말로 7일 있을 북-미 준고위급 회담을 염두에 우리란 분석에 폭넓은 일치를
보이고 있다.

그것이 미-북간 대표부 교환설치의 실현으로 가시화되리란 예상 또한
짙다.

이같은 분석들의 정확성은 앞으로 불과 며칠사이 판가름날 것이다.

그리고 그 변수는 평양이나 워싱턴에 달렸다기 보다 거의 전적으로
서울의 수중에 쥐어져 있다는 것이 우리의 견해다.

평양의 한반도문제 태도가 임기응변을 넘어 무원칙하달 만큼 변화무쌍해
보이지만 실은 적화통일 하나로 일관,무변이다.

김일성 사망과 승계의 시련, 수해로 가속된 경제난과 체제불안등 어려움이
더하면 더할수록 남한회피-미국현혹을 통한 막판 일전에 운명을 걸고 있고
또 그럴수밖에 없다.

아니면 종말뿐이라는 지배층의 절박감이 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다.

평화정착-통일접근을 공통으로 하면서 구체적으론 불일치하는 한-미의
견해차는 무엇인가.

비핵으로 연착륙시키기 위해 북한을 위기에서 구출하자는 것이 미국의
태도라면 한국의 입지는 무엇인가.

실은 여기 혼선이 수습되지 않고 있다.

딱 잘라 빨리 망하도록 방치하자는 의견,일시 궤멸로 대혼란이
오기보다 서서히 지탱하며 개방 개혁을 하도록 돕자는 상반된 의견이
끝없이 교차하는 것이 국내적 현실이라 여겨진다.

제대로라면 정치를 정점으로 국민총의를 벌써 이뤘어야 옳다.

이제라도 국론을 모아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