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사상의 이론적 체계를 수립한 북한 노동당 비서 황장엽의 망명은
주체사상의 허구성을 입증하는 역사적인 사건이라 하겠다.

북한당국은 주민들의 굶주림을 이른바 "사상전"으로 다스려 오고 있으며,
이때 동원되는 최고의 무기는 바로 "주체사상"이다.

때문에 북한은 주체사상으로 똘똘 뭉친 이념집단으로 표현되고 있다.

독재자와 여러 사찰기관에 의해 이루어지는 철권통치와 아울러 이 주체
사상은 북한정권을 지탱해 주는 한 축인 것이다.

그런데 그 한 축을 쌓은 장본인이 그 사상의 허구성을 깨닫고 망명을
결정했다.

평생에 걸쳐 본인이 만든 사상을 스스로 부정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것이다.

하지만 나날이 드러나는 이데올로기적 한계와 도가 지나친 모순은 바로
그 사상의 최고권위자로부터도 버림받는 꼴을 자초했다 하겠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국내에는 주체사상을 이념적 바탕으로 삼고 있는
몰지각한 사람들이 있다.

황장엽이 저술한 책자나 문건을 교재로 삼아 주체사상을 학습했던 그들이
과연 황장엽의 귀순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주사파 학생들을 비롯한 주체사상 신봉자들은 주체사상의 환상에서 하루빨리
깨어나야 할 것이다.

이번 황장엽의 망명이 그들의 환상과 북한과의 연계를 깨뜨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홍승주 < 서초구 양재동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