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와 자민련이 24일 양당 공동의 노동관계법 개정안을 확정, 국회에
제출한데 이어 여당인 신한국당도 작년말 기습처리한 노동법내용을 대폭
수정한 협상안을 내놓을 방침이어서 노동법 재개정작업이 곧 본격화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가장 큰 이슈가 돼왔던 복수노조 허용문제와 관련, 야당안은
상급단체의 복수노조는 즉각 허용하고 단위사업장은 5년 유예하는 당초
노개위합의안을 그대로 수용했으며, 여당측도 이를 수용할 뜻을 밝히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경총과 민노총도 최근까지의 강경입장에서 벗어나 서로
조건부 양보의사를 밝히고 있어 복수노조문제는 더 이상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또 다른 핵심쟁점이었던 정리해고제 도입문제도 민노총이 "요건과 절차를
엄격히 제한한다"는 조건을 붙여 수용의사를 비침으로써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야당안은 이 문제에 대해 별도의 특별법을 제정하되 3년간 시행을
유보하는 것으로 돼 있으며 여당 역시 3년유예에는 찬성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절충이 불가능한 상태는 아니다.

이제 핵심쟁점은 노조전임자임금과 쟁의기간중 임금지급문제로 옮겨지고
있다.

경영계는 복수노조 허용은 감수하더라도 노조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
금지와 무노동-무임금 원칙은 이번에 확실하게 해두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동계 역시 복수노조는 포기하더라도 무노-무임과 쟁의기간중
임금지급금지는 어떻게든 막겠다는 것이다.

여-야간에도 이 문제만큼은 의견차이가 심해 단일안마련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국회의 노동법 재개정작업이 경제논리보다는 정치적 타협에 치우쳐
법개정의 기본정신을 망각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새로운 핵심
쟁점과 관련, 몇가지 기본 입장을 강조하고자 한다.

첫째 노조전임자 임금지급은 즉시 금지되는 것이 마땅하다.

야당측은 이 문제에 대해 노사자율에 맡기자는 무책임한 안을 내놓았지만
생산현장을 벗어나 노조활동만 하는 사람이 기업에 임금지급을 요구한다는
것은 명백한 억지이며 무노-무임 원칙에도 위배되는 행위이다.

국제적으로도 노조전임자의 급여는 노조 조합비에서 지출하는 것이
관행이다.

노조의 독립성과 도덕성을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기업이 임금을
주겠다고 해도 이를 거절함이 마땅하다.

둘째 무노-무임 원칙은 자유시장경제의 기본틀이라는 점에서 법제화가
당연하다.

야당안은 이 문제에 대해서도 노사자율에 맡기자는 식으로 얼버무리고
있지만 일을 하지 않고도 임금을 받을수 있는 곳이 이 지구상 어디에
있단 말인가.

야당안이 제출됨으로써 여-야는 곧 단일 개정안을 마련,이달내로
통과시킨다는 방침이지만 혹시라도 정치적 흥정에 의해 기업의 경쟁력
강화라는 노동법개정의 중요한 기본 취지가 굴절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다.

여-야를 막론하고 우리경제의 현실과 국가장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겠다.

후회없는 결정을 내려야 할 중대한 순간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