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민정부출범이후 4년간의 경제는 시간이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우선 외형을 보면 경제성장률은 지난 93년 5.8%로 떨어졌다가 95년에 9%
까지 좋아졌으나 작년엔 6.9%(추정치)로 떨어졌다.

올해는 5%대까지 예상되고 있을 정도다.

경상수지는 문민정부 출범 첫해 3억8천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한뒤 94년부터
적자로 반전,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에따라 총외채 역시 지난해 1천50억달러(예상치)로 93년 당시 4백39억
달러의 2배를 넘어섰다.

올해들어서도 무역수지 적자가 60억달러를 이미 넘어서는등 좀처럼 개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위기감을 더하고 있다.

실업률은 출범 첫해 2.8%에서 해마다 낮아졌지만 경기가 거꾸러지고 명예
퇴직이 늘어나면서 올해는 3%대에 육박할 전망이다.

물가가 그런대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지만 가계의 가처분소득에서 소비
지출을 뺀 흑자액비율은 지난 95년 29.0%에서 지난해엔 28%로 낮아지는등
가계수지가 나빠지고 있다.

경제전반에 걸친 주름살을 반영, 종합주가지수는 22일 681.24로 현정부
출범일(655.61)에 비해 고작 3.9% 오르는데 그치고 있다.

국제수지 흑자를 내고 물가를 3%대로 잡겠다는 선거공약은 차치하더라도
취임후 만든 신경제계획 조차도 엉뚱한 곳으로 가고 있는 모양새다.

외형도 그렇지만 내용도 악화일로다.

유원건설 덕산그룹 우성건설에 이어 최근엔 한보그룹이 부도를 냈다.

작년의 경우 연간 1만1천5백89개의 기업이 쓰러져 하루평균 32개사가 문을
닫았다.

고비용 저효율을 개선하겠다며 무수한 대책들을 내놓았지만 금리 땅값
물류비용 임금등 생산요소가격은 낮아진게 전혀 없다.

정책도 오락가락해 일관성이 지켜지지 않았다.

한쪽에선 경쟁력 강화를 부르짖으면서 또다른 쪽에선 정치자금제공을 이유
로 기업주들을 잡아들여 의욕을 꺾는 일이 되풀이 됐다.

경제팀이 반년이 멀다하고 바뀌었으니 기조가 유지될리 없다.

물론 금융실명제와 부동산실명제를 실시하고 금융소득종합과세제도를 도입
해 고도성장 과정에서 누적된 병폐들을 개혁하려는 시도는 높이 살만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해 국제무대에서 우리경제의 위상을 한차원
높여 놓기도 했다.

하지만 양대실명제는 과감한 결단이었고 부정부패 방지등에 효과도 적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또다른 평가를 받고 있다.

사후관리를 제대로 하지않아 곳곳에서 불편을 초래한 끝에 상당부분
수정돼 버렸기 때문이다.

개혁이라는 명분을 지나치게 고집한 결과 명분도 살리지 못하고 반발만
산 꼴이 된것이다.

또 OECD가입도 경제가 이렇게 악화되다 보니 공연한 허장성세였으며 오히려
개방의 피해만 봤다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남은 1년이라도 경제활력 회복을 위해 정부가 원점에서
새출발한다는 자세로 규제를 철폐하고 임금 금리 물류비등 요소비용 안정
등에 온힘을 쏟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집권욕에 사로잡혀 경제를 정치에 이용하려들 경우 이 정권은 우리
경제를 최악의 궁지로 몰아넣은 정권으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 최승욱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