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 꼬셔봐유, 금요일은 아줌마들 오히려 안 나오니까.

나도 어떤 친구든 올때까지 동무를 해줄 것이니까.

그만하면 의리 있지 않우? 어차피 10시까지 버스터미널 가는데는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말유. 히히히히. 형, 정말 미안해유. 형이 정말 나는
좋아, 화를 안 내서 정말 좋아. 하하하하"

그는 한바탕 어리광을 피우고 나서 전화를 끊는다.

그리고 돌아서 오다가 차 나르는 못난이 아가씨에게 가서 눈을 찡긋하고
윙크를 넣고나서, "조금 있다가 박여사를 찾는 젊은애 오면 우리 자리로
안내해줘. 부탁해요, 아가씨. 나의 은인이신 우리 귀여운 아가씨 정말
고마워요. 아이러브유다"

그는 하하하하 웃으면서 그 아가씨에게 너스레를 떨고 박여사가 신경질을
내고 있는 구석자리로 온다.

이 자리는 위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타기가 제일 편하고 으슥한
자리다.

이 자리는 그들같은 커플이 은근한 밀회를 위해 만날때 제일 많이
애용하는 자리였다.

호텔 중에는 집중적으로 대낮의 커플들을 위해 지하 바나 일층 레스토랑
에서 엘리베이터로 올라가기 쉽게 설계한 곳이 많다.

그런 설계를 한 곳일수록 방 하나를 하루에 서너번씩 돌리는 호화판
경기를 만나고 있다.

덩치 큰 호텔보다 수지 맞는 장사가 러브호텔이라는 것은 천하가 다 아는
비밀아닌 비밀이다.

지코치는 지금 갑자기 세상이 모두 자기 것이 된 듯이 조금전에 오줌이
질금질금 나올 정도의 초조와 공포감에서 해방이 되어 허허거리면서 박여사
앞에 조용히 앉는다.

새처럼 가볍고 아름답게 앉으며 애교있게 웃는다.

"박사장님, 마침 아주 얌전한 친구가 있어서요.

박사장님과 춤도 추고 금요일의 황금같은 시간을 즐기시라고 섭외해
놨습니다.

곧 온대요.

그때까지는 저도 안 가고 여기서 여사님의 말동무가 되어 드리겠습니다"

그러면서 지영웅은 너무 유쾌해져서 자제력을 잃을 정도로 기분이
상승해서 맥주를 한병 시킨다.

"맥주값은 제가 치르겠습니다. 한잔만, 딱 한잔만 제가 사드리겠습니다.
여러가지로 미안하니깐요"

"난 싫어요. 꼭 미스터 림만 남자라 그런 것이 아니구, 믿을 수가
있어야지요. 에이즈검사증이 있을까?"

"아이구, 박사장님. 내가 소개하는 친구들은요, 모두 유식하구 대학생도
있어요. 자기몸을 관리할줄 아는 친구들입니다. 나와 같은 체육관에 다니고
있는 떡대 좋은 애인데 힘이 삼손같애요"

그러자 박여사가 득의의 미소를 슬쩍 날린다.

길고 작은 것은 대보지 않구 아나? ... 어디 한번 당해보자.

"설마 거짓말로 나를 농락하는 것은 아니겠지. 우진개발의 소사장에게
한 통화만 하면 될걸. 내가 미련떨고 있는거 아닌가 몰라"

"박사장님, 사실 우리 세계는요. 싫으면 그냥 바람맞히면 됩니다.
어디가서 하소연하겠어요. 그러나 저는 의리가 있는 놈이거든요"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