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가 "한보사태의 배후에는 김영삼대통령의 차남인 현철씨가 있다"는
"현철씨 카드"를 내세우며 연일 청와대를 조준,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국민회의의 "현철씨 카드"는 사실상 김대통령을 겨냥한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분석이어서 한보사태를 둘러싼 파문은 영원한 정치라이벌인
김영삼대 김대중, 넓게는 상도동계대 동교동계의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국민회의의 청와대를 향한 공격은 전날에 이어 12일에도 계속됐다.

국민회의는 이날 "검찰이 한보그룹 정태수 총회장과 이형구 전산업은행
총재로부터 청와대고위층도 연류돼 있다는 진술을 받았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고 주장했다.

정동영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사정당국에 인맥을 갖고 있는 부총재
한분이 김대중 총재에게 보고한 내용"이라고 전제, "정총회장이 인.허가
대출 부도 등 전과정에서 청탁을 하고 도움을 받은 모든 인사들에 대해
검찰에서 진술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대변인은 "또 다른 경로의 보고"라며 "이전총재가 검찰에서 "대출압력을
넣은 이름을 대줄테니 받아 적으라"며 청와대 최고위층을 포함한 이름들을
진술함에 따라 검찰이 서둘러 이전총재를 귀가시켜 그가 잠적하는데
방조했다"고 주장했다.

국민회의는 이에따라 긴급간부회의를 열어 "검찰수사는 계략수사의 표본"
이라고 규정, "이런 식의 기만극을 계속할 경우 한보게이트에 관한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국민과 더불어 전면투쟁에 나설 것"을 결의했다.

간부회의는 전날 한보 개입의혹을 제기했던 현철씨에 대해선 오는 17일
임시국회가 열리는 즉시 대표연설과 대정부질문을 통해 당이 보유한 정보를
공개키로 했다.

국민회의의 이같은 움직임을 감안할 때 내주부터 열리는 임시국회는
초반부터 한보사태 진상에 관한 여야간의 폭로전이 난무하며 양김간의
대리전 양상을 띨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회의가 그동안 금기시해오던 현철씨 문제를 들고 나오는 배경은
무엇일까.

우선 김총재의 오른팔격인 권노갑의원이 사법처리될게 기정사실화되자
"이에는 이"로 맞선다는 보복설이 가장 많이 거론된다.

검찰이 권의원에게 소환을 요구한 다음날인 11일부터 국민회의가 현철씨
문제를 본격 거론하기 시작, 보복설의 근거를 뒷받침하고 있다.

권의원은 국민회의의 조직 자금 등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그가 구속될
경우 김총재는 대권구도에 치명타를 받게 돼 여권의 아킬레스건으로
전해지는 현철씨 문제를 부각시키며 본격적인 반격채비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이와함께 한보사태와 관련된 불똥이 김총재에게 튈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선제공격 성격도 띠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권의원 이상의 야권실세에게까지 검찰의 수사칼날이 뻗칠 경우 극약처방의
단적인 예로 현철씨 카드를 꺼내겠다는 선전포고라는 얘기다.

때문에 국민회의는 향후 검찰의 수사방향과 여권의 대응강도를 봐가며
현철씨 카드의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 김호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