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신한국당 홍인길 정재철 의원, 국민회의 권노갑 의원 등 3명의 현역
의원을 소환하는 등 한보관련 정치인 수사가 본격화되자 여야 모두 초긴장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특히 여야는 모두 이번 수사가 "대대적인 정치권 물갈이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검찰의 수사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신한국 ]]]

신한국당은 당초 예상하지 못했던 정재철 전당대회의장이 검찰에 전격 소환
된데다 정태수 한보 총회장이 김덕용 박종웅 박성범 의원 등 3명의 소속의원
과 문정수 부산시장에게 돈을 주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지자 아연 긴장
하는 분위기이다.

신한국당은 이번 사태가 잘못하면 여권에 엄청난 타격을 줄 것으로 보고
검찰에 소환된 의원 이외에 거명되는 인사들에게 사실확인을 하는 등 당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신한국당은 이날 오전 이홍구 대표 주재로 고위당직자회의와 당무회의를
잇따라 열어 수사진행 상황과 당내 연루인사들에 대한 정보를 토대로 대책을
논의했으나 일단 검찰의 수사를 지켜본뒤 당 차원의 대책을 마련키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이날 오후 당내 중진인 정전당대회의장이 검찰에 소환된데다 당내
대선예비주자중 한사람인 김덕룡 의원의 이름이 거명되자 당의 대국민 이미지
가 심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고 제도보완책을 서둘러 마련키로 했다.

이에 따라 정치자금법 개정과 금융기관 대출제도 개선 등 제도 개선작업에
조만간 착수할 방침이다.

신한국당은 또 이번 사태에 연루된 당내 인사는 모두 당기위에 회부, 충당
이나 탈당 권유 등 강력한 징계조치도 취할 방침을 세웠다.

이와함께 검찰 수사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당의 이미지가 크게 실추될 것으로
보고 대국민사과 등의 추가조치도 취할 것을 검토중이다.


[[[ 국민회의 ]]]

국민회의는 권노갑 의원에 대한 소환통보가 "야당 끼워넣기식" 수사라고
보고 당운을 걸고 일전을 불사한다는 전략이다.

국민회의는 이날 간부회의를 열고 PK 인사위주인 검찰은 청와대의 지시아래
사건의 본질인 "청와대와 여권 고위층의 대출압력" 부분 수사를 외면하고
떡값성 정치자금 수사로 야당의 목을 죄고 있다며 검찰의 엄정수사를 촉구
했다.

국민회의는 권의원의 연루사실에 대해서는 국민에게 사과한다고 밝히면서도
권의원을 포함, 김대중 총재는 물론 국민회의는 한보게이트와 무관하다며
김영삼 대통령의 사과와 청와대 전현직 수석비서관, 여당 대선후보들에 대한
즉각적인 수사를 촉구했다.

[[[ 자민련 ]]]

자민련은 아직까지 소속의원들의 이름 검찰수사 대상으로 거론되지는 않고
있지만 언제까지 "무풍지대"로 남아있을 수는 없을 것으로 보고 나름대로
대책을 강구하기로 했다.

김종필 총재는 이날 간부회의를 열고 일단 공조관계에 있는 국민회의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또 한보사태를 다룰 임시국회를 가능한 이번주중에 열기로하고 적극적인
여야 접촉을 시도하기로 했다.

자민련은 그러나 "검찰이 신한국당 김덕룡 의원 등 4명만 단죄하고 사태를
수습한다면 국민이 납득할수 없을 것"이라며 성역없는 수사를 촉구했다.

< 김선태.김호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