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웅씨, 당신은 그게 문제야. 춤만 추고 만다는 보장은 없지요?
거기서 일보 더 나가는 것이 바로 침대니까, 아예 모든 공으로 생기는
돈에서 돌아서라 이 말입니다. 죽고 싶어요? 빨리 죽고 싶어?"

"그게 그런게 아니유. 나는 지금 이 차를 팔고 싶어유. 박사님하고의
약속 지키려면 백미러 하나 고치는데도 40만원이나 날아가는 이 차부터
팔아야지요.

그런데 이 차를 부자 고객들에게 팔고 난 후에야 내 팔자를 고친다
이 말입니다.

아셨수? 우리 맹꽁이 같은 공박사님. 나는 그래서 우리 싸부가 좋더라.
꼭꼭 막힌게 좋다 이 말이유. 공박사는 굶는다는게 뭔지 몰라유. 집도 없이
떠도는 신세가 뭔지 몰라유. 나는 거지취급 당하기 싫다 이 말씀이유"

그는 정말 무엇이든 결정하면 금방 실천으로 옮기는 놈이다.

그는 지금 자기 판단대로 하기로 했다.

8시에 그는 박사장을 만나서 자기가 원하는대로 안 하면 라미주단의
김영신 사장을 만나기로 할 것이다.

그는 과단성있게 라미주단으로 다이얼을 돌린다.

여비서가 나온다.

"저는요, 알프스 인도어의 지영웅 코친데요. 김영신 사장님을 좀
대주이소"

그는 자기를 멋진 남자로 치켜세우고 싶을 때는 경상도사투리를 썼다.

왠지 경상도 사투리를 쓰면 남자다워지는 것 같아서다.

곧장 김영신 사장의 세련된 목소리가 나온다.

"오, 우리 지코치님 웬 일 이시나이까?"

그 여자는 자기가 콜보이인 것을 모른다.

그는 직장에서는 절대로 티를 안내려고 애를 썼고 또 사모님들도 수준이
있는 부인들은 아주 내숭이어서 결코 남의 말이나 자기 말을 안 하니까
편한 점도 많다.

여자들은 어쩌다가 그들의 파티에 그를 불러도 사교춤 이상은 없다.

그것이 골프 연습장의 겉모습이다.

혹시 손님들중에 그와 눈이 맞는 고객이 있어도 그는 결코 여기
직장에서 만난 손님들과는 관계를 맺지 않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

춤만 춰주는 것도 회사측에는 비밀로 해주기로 하고 출장을 가는 것이다.

망년 파티나 크리스마스 파티때는 자기의 소대를 동원한 적도 있었다.

"저, 오늘 밤 열시쯤 어디 계십니까?"

"그렇게 늦게 왜요?"

그녀의 남편은 지금 홍콩출장중이다.

"열시면 잠자리에 드는 할머니는 아니시지요?"

"하하하, 내가 할머니로 보여요?"

그녀는 어디까지나 싱그럽게 하하하 하고 웃는다.

"이 사람아, 할머니라니?"

"할머닌요. 누님도 아주 매력적인 누님이시지요. 저, 나이트클럽은
10시쯤 돼야 물이 오르니까 하는 소립니다. 저는 김사장님이 정말 매력
있어예. 처음부터 아입니꺼. 사실 오늘은 제 생일이거든요.

김사장님 같은 삼빡한 상대와 춤을 추고 제 26세 생일을 보내고 싶어요"

그는 언제부터인가 나이를 줄여서 말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