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는 고시요 고시다"

고시준비생의 책상머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권학문구이다.

그런데 요즈음 이 높고도 고달픈 시험을 보겠다는 사람이 너무 많아
문제란다.

법대생은 물론 인문.사회계, 심지어는 공학도까지 이 대열에 가세하고
있다.

버젓한 직장을 뛰쳐나가 머리띠를 동여매는 사람도 적지않다.

영파일팀에서는 "대학가에 부는 고시열풍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신세대의 고시관을 들어봤다.

토론자로는 지난해 제38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예비법조인 이종근씨
(서울대법학과 89학번), 순수 법학도인 김형석씨(서울대법학과 대학원),
평소 이문제에 관심이 많았다는 정치학도 김정은씨(연세대 정외과 대학원)가
참가했다.

이들이 나름대로 펼친 고시열풍의 원인, 문제점, 그리고 대안을 정리해
본다.

<> 이종근 =과거 3백명수준이었던 사법시험 선발인원이 현재 5백명으로,
2000년까지는 1천명수준으로 늘게되니 고시를 준비하는 사람도 이에따라
급증하게 됐습니다.

<> 김정은 =다양한 분야의 인재들을 수용하지 못하는 우리사회의 분위기도
주요 원인중의 하나라고 봅니다.

법학과와 경제.경영학과등 일부학과를 제외하곤 인문.사회계열 출신들은
취직조차 제대로 안되는 실정이에요.

게다가 고용불안까지 겹치다 보니 "39살까지만 붙으면 남는 장사"라고
하는 고시가 자연히 매력을 갖게돼죠.

<> 김형석 =사회의 민주화도 이에 한몫을 했다고 봅니다.

과거 독재정권 시절에는 고시생에 대한 학우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지만
이제는 그같은 선입견도 사라졌습니다.

심지어는 법대 학생회장 선거에서 어떤 운동권 후보는 "졸업후에는
여러분과 같이 진보적인 로펌(법률사무소)을 만들어 사회운동을
벌이겠다"고 당당하게 밝힐 정도입니다.

<> 이종근 =그러나 원인이야 어찌됐든 간에 사회전체의 균형적인
발전이라는 점에서 볼 때 이같은 현상이 계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 김정은 =사범시험에만 몰리고 또 사시 합격자가 판.검사만 하려고
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이른바 머리 좋다는 인재들이 점점 더 고시에만 매달리는게 안타까워요.

일반기업체 등 다른 사회분야도 그같은 인재들을 필요로 하거든요.

물론 사회적인 효율을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다양한 성향의 인재를
흡수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 김형석 =교육이 상당히 기형화되고 있다는 측면에서도 그렇습니다.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저에게는 최근 법대 안팎의 분위기가 너무
살벌합니다.

단적으로 고시 인기과목의 경우 오후3시부터 강의가 시작되는데
맨앞자리의 주인은 아침 7시에 결정됩니다.

그 시간까지 자리를 지켜달라는 메모와 함께 가방을 갖다놓는 것이죠.

반면에 고시취향에 안맞는 강의는 수강생이 전무한 형편입니다.

<> 이종근 =제가 생각하고 있는 대안은 보다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금처럼 인원은 계속 늘려가되 장기적으로 법대를
의과대학 형식으로 개편하는 것입니다.

법대수나 정원을 정리하고 기간도 6년제로 바꾼뒤 의대졸업생이
의사자격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것처럼 법대 졸업생에게만 응시자격을
주는 것이지요.

고시열풍 해소를 통해 인재의 균형적인 배치와 아울러 법학교육의
내실화와 전문성에도 도움이 될 수있다고 봅니다.

<> 김형석 =물론 의미있는 방안이지만 궁극적으로는 판.검사나
변호사가 누리는 사회적 특권이 줄어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쉽게 말해서 이득이 있는한 그곳을 지향하는 사람은 끊이질 않을
것입니다.

2000년께 선발인원이 1천명이 되고 몇년간 그수준을 유지하다 보면
지금같은 과열양상도 좀 나아지리라고 봅니다.

<> 김정은 =로스쿨제도의 도입도 필요해요.

전공이 법학이 아니거나 사회활동을 한 사람들도 자신들이 쌓은 다양한
지식과 사회적 경험을 법학과 접목시킬 수 있는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정리 = 윤성민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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