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년이후 우리나라 증시의 대세하락은 많은 투자자들을 멍들게 했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멍이 든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은 정부의 말만 믿고
한국통신주식을 매입한 일반투자자들일 것이다.

한통주의 매입도 엄연한 주식투자이고, 주식투자는 자신의 판단과 이에
대한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판단의 근거가 되는
자료를 정부가 거짓으로 제공했다면 정부의 잘못이 더 클 것이다.

93년말 정부는 한통주 5백70여만주를 공개입찰 매각할 때 정직하게
상장일정을 제시하지 않았다.

그 결과 한통주는 싼가격(2만4천9백원)에 가까스로 매각이 이루어졌고,
2천4백여만주를 94년4월11일 공개입찰 매각하면서 95년 상반기 상장을
약속했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증권시장이 최고의 활황일때, 정보통신주가 최고의
인기를 누릴때, 시내및 시외전화의 경쟁체제가 밝혀지지 않았을때 "상장"
이라는 날개를 달아 전국적으로 투기열풍을 불어넣어 비싼가격에 매각을
완료하였다.

심지어 일부 언론사에서는 사채를 끌어들여 매입했다 해도 이익이
보장된다며 도표까지 제시, 부추긴 사실이 있었다.

95년 증권시장이 춤을 추기 시작하면서 한통주의 상장도 춤을 추기
시작했다.

95년 상반기 한통주 상장의 꿈은 깨지고(정부의 약속이 깨짐) 증시
침체속에서 한통주 매입자들은 할 말을 삼켜야 했다.

그 이후 증시상황이 조금 나아지는 듯 했던 96년초, 정부는 한통주를
공모나 추가 매각없이 직상장을 추진하는 것처럼 언론플레이만 하다
말았고,96년증시 최고점을 이루던 5월에는 96년내 상장을 기정사실화할
것 처럼 하다 곧 추락하는 증시와 함께 상장건도 사라져 버렸다.

그 와중에서도 정부는 96년후반기 세차례나 한통주를 추가 매각했다.

조금이라도 더 비싸게 팔려고 공개경쟁입찰로 매각을 했고 첫번째
매각에서 제대로 매각이 되지 않자"97년 상반기 상장"이라는 지켜질지
의문시되는 약속을 또 붙여 매각에 성공했다.

주가가 상승하는가 싶으면 한통주 상장얘기가 나오고 그러면 증시는
하락하고, 이어 한통주 상장이 보류되는 악순환을 거치며 현재의
주가지수는 600~700대로 하락한 상태에 이르러 있다.

만약 95년, 96년중 한통주가 상장되었다면 주가지수가 지금보다 더 떨어져
있을지 모르겠지만 모든 사람들이 주가하락 이유를 "한통주 상장때문"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한통주가 상장되지 않았는데도 주가는 600대까지 떨어지지
않았는가.

역설적으로 말하면 한통주가 상장되었더라도 떨어진 주가에 대한 이유가
한통주상장이 아니며, 한통주 상장은 근본적인 증시하락과 관계가 적다는
뜻이다.

물론 매입자금이 한정된 상태에서 엄청난 물량이 들어오면 물량부담으로
일시적 하락의 요인이 될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장기적 하락, 구조적
하락의 요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한통주의 상장시기는 지금이 적기가 아니겠는가.

상승시기에 상장시켜 상승기를 꺾어 놓는 부담보다 침체기에 상장시켜
살 종목이 없어 고민하는 외국인에게라도 종목선택의 폭을 넓혀주는게
증시에 더 유익할 수 있지 않겠는가.

정부는 한통주의 정부보유지분 매각에만 신경쓰지 말고 상장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97년 1월이 다 지나가는 마당에 "상반기 상장"이니, "97년내 상장"이니
하는 막연한 말만 언론에 흘리지 말고 정확한 상장일정을 밝혀야 한다.

10년, 1백년대계를 세워야 할 정부가 1년앞도 못 헤아리고 증시에
끌려다니는 자신없고 주관없는 모습은 국민이 더 이상 원치 않는다는것을
명심해야 한다.

증시상황이 안 좋아 상장못한다고 한다면 한통주의 상장은 영원히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증시상황이 좋아지더라도 한통주상장 얘기만 나오면 곧
안 좋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즉 정부는 2년이상을 거짓말에 멍든 한통주 투자자들에게 더이상의
거짓말을 하지 말고, 한통주의 상장일정을 정확히 밝히고 가능하다면
"97년 상반기 상장"이라는 약속을 또 깨뜨리지 말아야 한다.

유성모 < 경남 김해시 내동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