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 들어서면서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이고 있다.

2년 2개월동안 무려 48%나 떨어졌던 종합주가지수가 겨우 1주일만에 20%
가까이 오르는 것을 보며, 작년말에 만났던 영국계 홍콩증권회사 사장과의
대화가 생각난다.

그 회사는 한국 증시에 상당한 규모의 투자를 하고 있는데 30% 가까운
손실을 보고 있다고 하면서 두가지 질문을 해왔다.

노동법과 금리의 향방이었다.

영국의 경우 80년대에 대처 총리가 단행한 고용법및 노동조합법의 개정과
"빅뱅"이라 불리는 금융시장의 개혁으로 황혼기의 경제대국으로부터 획기적인
변신을 이루어 지금도 경기 호조를 지속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도 노동법이
개정되고 금리가 인하된다면 투자규모를 더 확대하겠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영국의 경제상황을 보면 80년대 노동시장과 금융시장의 개혁을
단행한 효과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영국의 경제성장률은 3.75%로 유럽 평균인 2.4%를 훨씬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한 지난해 11월의 영국 실업률은 6.9%였으며 지금의 추세라면 앞으로
3년이내에 완전고용 수준인 5%이내로 낮아지리라는 전망이다.

대량 실업과 함께 "영국병"이라는 말을 탄생시켰던 과거의 영국과 비교해
보면 놀라운 변화가 아닐수 없다.

그에 따르면 흔히들 말하는 자본주의의 꽃인 주식시장은 선진국에서는
민심의 척도가 된다는 것이다.

클린턴 대통령이 온갖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선거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둘수
있었던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세계 최고수준의 교육열과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주요 산업들을
갖고 있어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종신 고용제로
대표되는 노동시장과 진입장벽 속에 안주해 왔던 금융시장이 효율적인 시장
기능의 수행을막고 고비용 저효율을 초래, 경쟁력 약화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한국 경제의 성장 가능성으로 보면 조만간 노동력의 부족이 예상된다.

현재도 외국에서 인력을 수입하고 있지 않은가.

금융산업과 같이 선진화에 따른 산업구조 개편으로 잉여 인력이 생기는
분야는 있을수 있지만 벤처기업의 활성화, 정보통신 산업 등 새로운 산업
분야의 인력수요가 훨씬 크기 때문에 정리해고 등의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업 등으로 근로자들 스스로 일자리를 줄이고 있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제 한국은 OECD 가입 등 선진국으로서의 본격적 도약을 위한 중요한
국면에 있다.

87년 이후 지금까지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아온 노사분규와 고금리 등 고비용
저효율 문제를 청산할수 있다면 한국과 같이 좋은 투자기회를 가진 나라도
드물 것이라는 것이 그의 결론이었다.

우리 주식시장도 이제 옛날과 달리 선진화되고 1천만명 이상이 직간접으로
관여하는 명실공히 중산층의 시장이 되었고, 우리의 민심을 대변한다고
생각된다.

침체되었던 주식시장이 작년의 전망과 달리 조기 활황을 보이기 시작하는
것은 노동법 개정에 대한 중산층의 소리없는 반응을 보여주는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새해들어서만 1천5백억원 이상을 더 투입하며 한국주식을
매입하고 있고, 유수 외국 언론에도 한국시장의 비중을 높일 것을 권유하는
기사가 실리고, 외국투자자의 방한도 늘어나고 있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구조조정의 진통을 이미 과거에 겪었던 외국의
유수한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는 것은 우리 경제가
추구하는 방향이 그들의 경험에 비추어 긍정적으로 판단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우리는 지금 역사를 바꿀수 있는 커다란 변혁기를 맞고 있다.

노동법이 개정되고 금리가 인하되며, 여기에다 92년부터 감소하고 있는
민간 저축률을 획기적으로 높일수 있는 방안만 강구될수 있다면,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여러 어려움들을 극복하고 70년대와 80년대에 이루었던 활력을
회복하여 세계로 재도약 할수 있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