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뤼셀=김영규특파원 ]

유럽의 가전산업이 존폐위기에 놓였다.

13일 현지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멘스 그룬디히 톰슨등 유럽전자업계의
최후보루인 세계적인 브랜드업체들까지 최근들어 텔레비전등 가전사업을
완전 포기하거나 매각하는등 구조조정을 서두르고 있다.

이는 지난 10여년간 일본 한국등 아시아의 공세에 밀려 사양길을 재촉해온
유럽업계가 사실상 항복선언을 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 유럽판은 지난 11일 "지멘스제 텔레비전이 사라지고
그룬디히의 앞날도 불투명하다.

톰슨멀티미디어는 새주인을 찾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유럽이 70년대 미국 가전업체들의 전철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독일의 세계적인 전기전자업체인 지멘스는 지난 9일 텔레비전 스테레오등
가전판매 부분을 완전 폐쇄했다.

이 회사의 독일내 텔레비전 매출은 지난해 1백83억마르크를 기록, 전년에
비해 12.5% 격감했다.

네덜라드의 필립스도 최근 독일 가전자회사인 그룬디히의 경영에서 손을
뗀다고 발표한후 가전에 주력해온 그룬디히의 존립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톰슨멀티미디어는 1백10억프랑의 보조금을 내세워
인수기업을 찾고 있으나 대우전자 외에 관심을 보이는 업체가 나서지 않고
있다.

이 회사에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으로 가전제품을 공급해온
블라우푼크트-베르케도 9개월전 가전 판매업무를 중단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유럽 가전산업의 존립기반이 사라지게된 것은 일본 한국
등아시아업체들이 미국에 이어 유럽시장에 물량공세를 퍼부어 최근 10년간
가전제품의 가격이 매년 6%씩 하락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