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섭 <삼일회계법인 부회장>

기업인 입장에서 보면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의 하이라이트는 금융개혁
추진이다.

금융개혁의 과제는 금리인하, 업무영역 조정, 진입장벽 낮추기, 합병
촉진, 소유-지배구조개선, 정부에 의한 경영간섭배제, 금융감독기관의
개혁 등을 통해 금융자원의 배분을 효율화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개혁 추진에 따라 경영환경과 정부규제가 대폭 개선되더라도
각 금융기관의 생존과 발전은 경영진및 구성원들의 역량과 자세에 달려있다.

따라서 금융기관의 경영성과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금융 전문경영인들에게
경영주도권을 주고 정부와 대주주에 의한 불합리한 경영간섭을 없앤 뒤
전문경영인들이 주인의식을 갖게할 수 있는 일련의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금융기관 경영의 성공은 소유주가 정부, 대기업그룹, 금융전업가에
관계없이 능력있는 금융 전문경영인들이 경영성과를 올리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권한과 책임을 공유하고 성과에 참여할수 있도록 하는
경영체제를 확립하는데 달려있다.

한편 정부는 지난해 11월1일 발표한 "공기업 경영효율화 및 민영화추진
방안"에서 담배인삼공사 가스공사 한국통신 한국중공업 등의 민영화를
연기하고 이들을 정부출자기업으로 전환한뒤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93년10월 출범한 제4차 민영화계획의 "주인있는 경영"을 통한
경영효율제고 목표는 경제력집중에 대한 우려때문에 좌초됐다.

그러나 이러한 결론은 확고한 정책비전과 전략적 검토없이 정책적
의지만으로 추진됐던 민영화정책의 태생적 운명이라고 할수 있다.

"주인있는 경영"이 정부가 소유하는 경영보다 효율적일 것이라는
낭만적 생각이 끝까지 관철되기에는 우리나라의 경제력이 지나치게
편중돼 있었던 점을 간과했던 결과에 다름 아니다.

규모가 큰 공기업에 대해서는 민영화에 따른 특혜시비나 경제력집중의
논란을 피하면서 전문경영인 체제가 정착될수 있는가를 정부가 실험(?)해
보겠다는 것이 "11.1 공기업정책"에서 읽을 수 있는 정부의 의지이다.

"주인있는 경영"에서 주인의 의미를 소유주가 아니라 주인의식있는
전문경영인으로 해석한 것이다.

기업경영의 성과를 결정하는 변수는 여러가지가 있다.

그중 핵심은 최고경영자의 역량과 리더십이다.

소유경영과 전문경영중 어느것이 경영성과가 우수한가에 대한 결론은
아직 확실하지 않은 상태이지만 대기업의 경우 주인의식이 확립된
전문경영인 체제의 도입이 거의 유일한 선택이다.

소유경영자의 왕성한 기업가정신과 우리사주 참여에 의한 구성원들의
주인의식이 중소기업 성공의 핵심요소인 것처럼 대기업 경영에서는
비록 소유경영자가 전권을 행사한다고 하더라도 전문경영진의 품질과
역량이 경영의 성패를 좌우하게 된다.

전문경영인 체제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소유주의 역할을 대신할수
있는 능력있는 전문경영인을 선발하는 시스템의 신뢰성과 투명성에 더해
전문경영인의 주인의식을 확립할수 있는 일련의 장치가 요구된다.

먼저 의사결정을 위한 실질적인 토론이 이뤄지기 힘든 주주총회의 기능을
보완하기 위해 일정 지분(1~3%)이상을 장기보유 목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기관투자가 금융기관 기업 개인투자자 우리사주조합대표와 정부 등으로
구성된 주요 주주협의회가 필요하다.

여기서는 최고경영자의 선임과 해임등 극히 제한된 범위 내에서
주주총회의 의사결정사항중 일부를 사전에 협의한다.

두번째로 비율을 대폭 늘리고 외부 이사만으로, 또는 외부이사
3분의2 이상으로 구성된 투자위원회와 임원 인사-평가-보수위원회
등을 구성해 실질적인 경영감시기능을 담당토록 한다.

외부이사의 자격을 강화하고 공정한 선발과정을 확립하며 이사에 대한
보상과 책임을 동시에 강화한다.

실질적으로는 이사회 의장(이사장)의 역량과 리더십이 이사회의
활성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면 이사장도 주요 주주협의회의
사전조정을 거쳐 주주총회에서 선임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셋째 자율 책임경영체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효과적인 경영감시체제가
존재해야 한다.

감사중 1인의 자격을 감사전문가로 강화하고 감사는 이사 또는 기업내의
다른 직책을 상당기간 맡지 못하게 하는등 독립성을 강화하고 이에 더해
감사부서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넷째 전문경영인이 주인의식을 갖게 하기 위해서는 이들에 대한
성과보수를 대폭 강화하고 이를 실적, 특히 장기경영실적과 연계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주당 순이익이나 자기자본이익률 등과 같은 단기성과와 함께 주주가치등
기업의 장기성과를 평가지표로 삼고 성과지급방법도 다양화한다면
전문경영인들이 단기성과에 집착하는 태도를 개선할수 있다.

다섯째 우리사주조합을 기업공동체의 일원으로 인정해야 한다.

우리사주조합에 대한 경여정보공개,노사협의에 우리사주조합대표
참여, 우리사주조합 대표의 주요 주주협의회 참여 등을 통하여 근로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기타 외부감사인의 독립성강화, 경영공시의무 강화, 정부의 규제완화,
엄정한 감독으로 공정한 경쟁체제구축, 경영성과 평가에 대한 활발한 연구
등이 실천된다면 금융기관과 공기업이라는 2대 거대기업군에 대한
경영실험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