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바다를 알고자 하는 것은 단순한 호기심 때문이 아니라 거기에
우리들의 생존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지난 61년 미국의 케네디대통령은 해양조사 투자를 두배로 증액시키는
안건을 의회에 제출하면서 이렇게 역설했다.

미래를 내다본 그의 통찰력은 36년이 지난 오늘날 미국을 해양강국으로
만드는 시금석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케네디의 "해양개발선언"은 21세기 해양입국을 꿈꾸고 있는 우리도 금과
옥조로 삼을 만하다.

미국을 비롯한 해양선진국과 비교할때 우리의 여건은 해운항만산업의
중요성이나 시급성에 비해 일반국민의 인식이나 국가정책의 우선순위면에서
미흡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한 예로 네덜란드는 국토면적이 우리나라의 절반밖에 안되고 인구도
우리의 3분의 1수준이지만 소득수준은 우리보다 오히려 3배정도 높다.

특히 국민총생산(GNP)의 18%가 로테르담항구와 라인강운하를 바탕으로한
물류수입이어서 유럽경제의 볼륨이 커지면 커질수록 수입이 눈덩이처럼
불어가는 구조를 갖고 있는 셈이다.

해운항만산업을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기간산업으로 육성할 당위성을
네델란드의 예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의 입지조건도 충분하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에서 해운항만은 수출입화물의 99.7%를
수송하는 가장 중요한 수송수단이기 때문이다.

우리 해운항만산업의 발전상을 감안해보면 아시아 물류중심국으로 자리
잡을 만큼 잠재력은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선박의 적재능력인 선복량 기준으로 세계 8위에 올라
섰다.

게다가 우리 외항선박의 경우 외국선박들에 비해 대부분 "새배"라는 강점
을 갖고 있다.

국적 외항선박 총 3백72척의 평균선령은 9.1년으로 세계 외항선 평균선령
18년의 절반수준이다.

또 일반화물수송의 컨테이너화 전환추세에 따라 컨테이너선의 수송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는 해운환경변화속에서 우리나라 컨테이너선의 수송능력은
세계 6위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 8위의 선박국으로 성장하게 되기까지는 조선기술의
발전이 크게 기여했다고 볼수 있다.

우리 선박건조실적과 수주량은 일본에 이어 세계 2위에 자리매김되고 있다.

특히 특수선박인 액화천연가스(LNG)선 건조기술은 세계최고수준으로
꼽히고 있다.

이같은 LNG선 건조는 최고수준의 조선기술을 요하는 분야로 천연가스의
부피를 최소화하기 위해 섭씨영하 1백60도에서 극도로 압축 액화된 상태로
운반해야 하므로 해양선진국중에서도 일본 프랑스 노르웨이 등 극소수 국가
만이 LNG조선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개별 선사의 경쟁력을 보더라도 우리 선사들이 외국 선사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지난해 나란히 매출액 2조원 고지를 돌파, 연간
매출 2조원 시대를 열었다.

선복량기준으로 보면 한진은 세계 8위, 현대는 1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가운데 한진해운은 독일의 세계적 컨테이너선사인 디에스아르 세나토를
인수, 올해초부터 자회사로 운영하게돼 세나토의 수송능력을 포함할 경우
세계 4위의 초대형 선사로 떠오르게 됐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해양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뛰어넘어야 할
난제도 적지않은 편이다.

우선 해운산업경기가 전세계적으로 침체국면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어 자칫 대응을 잘못하면 국내업체들이 제대로 경쟁을 해보지도
못한채 시들어버릴 공산이 없지않다는 지적이다.

올해의 경우 정기선이든 부정기 건화물수송분야든간에 선복과잉공급으로
인한 수급악화 지속으로 운임이 떨어져 시황이 대폭 개선될 조짐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홍콩 싱가포르 카오슝 기륭 요코하마 도쿄 등 아시아 주요 경쟁 항만
마다 동북아 물류거점 자리를 겨냥한 대대적 신항만건설과 시설확충작업에
나서고 있어 우리로서도 이에대한 대책을 서둘러야 할 때라는 설명이다.

특히 "투 포트(TWO PORT)"체제로 개발될 부산가덕신항의 올 11월 착공과
광양항 1단계 사업의 12월 준공에 이은 2단계 사업착공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동북아 물류중심으로서 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는 기반조성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소프트웨어격인 정책.제도운영면에선 "제2 선적제도"를 우선적으로 도입
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 제도는 제주도 영종도 등 국내 특정지역을 선적지로 지정, 이곳에
등록하는 선박에 대해서는 법인세 재산세 교육세 등 조세부담을 대폭 경감
하고 외국인선원 고용폭도 확대해주자는 것이 골자.

국내선박들이 세금부담을 피해 세금이 싼 외국에 유령선사를 만들어 선박을
등록하는 이른바 편의치적은 제2 선적제 시행으로 상당부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함께 선박금융한도철폐, 선박공급자율화, 하역요율인가제의 신고제전환
등의 가시적 조치를 통해 아직도 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는 규제를 과감히
풀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해양입국의 주역이 될 인재양성도 소홀히 해선 안될 부분이다.

이와관련, 해양관련학과 졸업생들의 진로확보와 해양전문인력육성을 위해
공무원시험 및 임용관계 법령에 해양직을 신설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국내적으로는 물류비의 획기적 절감방안으로 연안해송 활성화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과제들만 제대로 해결된다면 우리나라가 21세기초 명실공히 태평양
시대를 주도하는 세계 5대 해운강국으로 발돋움하리란 전망은 결코 "희망
사항"만은 아니라는게 해운산업문제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 김삼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