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관계법 개정은 97년도 노동현장에 의외의 변수로 등장했다.

정부는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동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법개정으로 인해 올해는 산업현장이 상당히 어수선해지게 됐다.

상급단체 복수노조 허용, 제3자 개입허용, 정리해고제/변형근로시간제 도입
등으로 노사관계가 많이 달라져 적응기간이 필요한데다 노동계가 총파업에
돌입하는 등 불만을 표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올해는 지난 2년간 산업현장에 확산된 참여와 협력적 노사
관계가 제대로 정착할 수 있을지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변화가 있으면 조정기가 뒤따르게 마련이고 조정기에는 시행착오나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같은 진통을 최소화하려면 노동계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의견을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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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는 노동관계법 개정이 아니어도 97년에는 노사관계가 복잡하게꼬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한마디로 고용불안과 실질임금 하락 때문이다.

노동계는 경기침체국면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정리해고제가 도입되기 때문에
조합원들의 일자리가 매우 불안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노동계 관계자들은 조합원들의 고용안정을 보장받기 위해 사용자측과
줄다리기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게다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자금이 대량으로 풀리고 물가가 급등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실질임금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올해는 높은 임금인상
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는게 노동계의 입장이다.

반면 정부와 산업계는 "고비용.저효율"구조를 개선해야 하기 때문에
노동계의 높은 임금인상 요구는 수용할 형편이 못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올해는 임금협상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노동관계법이 개정돼 노동계가 어떤 식으로든 불만을
터뜨리고 심지어 정치투쟁까지 벌이고 나설 경우엔 산업현장은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휘말릴 소지도 있다는게 노동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한국노총의 이정식 기획조정국장은 "경기침체 경쟁력저하의 책임을
근로자들에게 뒤집어 씌우려는 정부와 사용자측의 의식이 문제"라고 지적
했다.

노조의 힘을 약화시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는
것.

이국장은 "노동자 희생을 전제로 하는 경제 회생전략에 대해서는 OECD
(경제협력개발기구)조차 빈부격차를 심화시키고 사회불안을 초래한다고
지적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이런 발상을 고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국장은 "경제가 어려울 때일수록 근로자들을 감싸주어야 자발적으로
창의력을 발휘하지 않겠느냐"면서 "일본 기업들은 석유파동으로 경제가
흔들릴 때 근로자들의 실질 임금을 보장해 주기 위해 애를 썼고 노동계는
기업가들의 이같은 태도에 감동받아 경제회복에 힘을 쏟았다"고 설명했다.

한국중공업 손석형노조위원장은 "협력적 노사관계를 원한다면 사용자측이
열린 경영, 공개경영, 신뢰받는 경영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익이 많이 날 때는 회계장부를 감추다가 경영실적이 나쁠 때만
장부를 노조에 보여준다면 누가 회사측 주장을 믿으려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진정 노사화합을 이루려면 근로자들의 잘못으로 경쟁력이 떨어졌다고
덮어 씌우려 하지 말고 진심으로 근로자의 협력을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