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연휴 연극가는 어느 해보다 풍성하다.

러시아정통극을 비롯 살롱뮤지컬 세태풍자극 모노드라마 페미니즘극등
다양한 형식과 소재의 연극이 관객을 손짓한다.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장민호 윤주상 김학철 정경순 김규철 박지일등
실력파 배우들의 연기가 불꽃튀는 대형연극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동숭아트센터동숭홀 923-2131).

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생각케 하며 관객들로부터 진지한 호응을 받고 있다.

50대 동갑내기인 두 친구의 우정을 따스한 시선으로 그린 "아름다운 거리"
(대학로극장 764-6052)와 소박한 한 이발사의 인생역정을 통해 황금만능주의
의 폐해를 고발한 "배꼽춤을 추는 허수아비"(아리랑소극장 764-1654)는
주연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세상살이를 돌아보게 만든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독특한 추리형식으로 풀어가는 "날보러와요"
(바탕골소극장 745-0745)와 결혼의 참의미를 묻는 2인여성극 "결혼한 여자와
결혼안한 여자"(샘터파랑새극장 763-8969)는 96년 작품성과 흥행성이라는
두마리의 토끼를 잡은 여세를 몰아 재공연중이다.

이들 작품외에 가족이나 연인이 함께 볼만한 최신작 3편을 소개한다.

<> 사랑에 빠질 때(서울뮤지컬컴퍼니) =닐 사이먼의 작품 "They are
Playing our song"을 번안한 살롱뮤지컬.

창작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 "쇼코메디"의 오은희(번안) 배해일(연출)
콤비가 만드는 무대다.

지난 79년 초연된 이 뮤지컬은 이별을 미리 걱정하는 여자와 사랑을
두려워하는 남자의 사랑이야기를 담은 작품.

성격이 판이한 38세의 한성우(남경읍)와 20대 후반의 윤정희(이정화)가
일때문에 만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성우는 각종가요제에서 수상한 실력있는 작곡가.

일밖에 모르는 성격으로 3번 이혼한 아픔을 갖고 있다.

어느날 자유분방하지만 순수하고 착한 신세대작사가 정희를 만나면서
연정을 느끼고 함께 작업하면서 두 사람은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이들에게 걸림돌은 정희가 대학때부터 사귀어온 남자친구 염준수.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고 결혼한 성우와 정희는 행복한 나날을 보내지만
준수가 끼여들면서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부드럽고 감미로운 마빈 햄리쉬의 음악에 맞춰 뮤지컬전문배우 남경읍과
이정화가 사랑을 노래한다.

29일까지 문화일보홀(529-3555).

평일 오후7시30분 토 오후4시 7시30분 일 공휴일 오후3시 6시.

<> 해피 엔드(극단 한양레퍼토리) =갱단원과 구세군선교사의 사랑을 담은
뮤지컬소품.

도로시 레인의 원작을 서사극의 창시자 베르톨트 브레히트가 각색, 1928년
초연한 뮤지컬로 브레히트 작품의 특징인 사회주의 이상이 드러난다.

그러나 형식에 있어서는 브레히트류의 무거운 형태가 아니라 다양한
연극적 장치를 통해 재미있고 유쾌하게 꾸며진다.

등장인물의 이름과 구성을 연출자 김대현은 우리식으로 완전히 바꿨다.

크리스마스 3일전부터 당일 자정까지 약사의 살인사건을 놓고 갱단
"불나비파" 일당과 경찰, 구세군이 벌이는 쫓고 쫓기는 추적극.

행동대장 번개는 그의 지위를 노리는 나카무라에 의해 살인용의자로 몰려
죽을 운명에 처하지만 우연히 만난 구세군처녀 주영원의 도움으로 위기를
벗어난다.

주영원과 번개는 크리스마스 자정에 약혼을 약속하고 갱단들도 구세군에
합류, 모든 이야기는 행복한 결말을 맺는다.

최용민 이문식 신용욱 송경희등 출연.

2월2일까지 동숭아트센터소극장(747-1206).

오후4시 7시30분(월 쉼).

<> 쌍코랑 말코랑, 이별연습(공연기획이다) =암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연극배우 이주실의 가슴뭉클한 인생드라마.

이주실이 자신의 50년 인생을 속속들이 기록한 일기장을 극작가 오은희가
모노드라마로 각색하고 이주실의 스승인 박용기가 연출한다.

온통 유리문으로 된 거실, 석양이 드리운 때 배우는 쌍코, 말코라 부르는
두 딸의 짐을 챙긴다.

유방암선고가 내려져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배우는 두 딸에게 고통스러운
자신의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딸들을 동생이 사는 캐나다로 보내는 것.

50을 넘은 여배우는 추억이 어린 두딸의 짐을 싸며 지난 삶을 되돌아 본다.

실제 2시간동안 일어났던 이주실의 "쌍코랑 말코랑 이별연습"이 1시간30분
의 무대에서 눈물겹게 펼쳐진다.

연출자는 무대조건을 최대한 살려 소리와 빛, 그리고 배우의 목소리와
몸짓만으로 인생을 보여준다.

엄마와 딸이 손잡고 보면 좋을 연극.

2월9일까지 인간소극장(762-0010).

평일 오후7시30분 토 오후4시30분 7시30분 일 오후4시30분(수 휴관).

< 송태형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