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우에 휘감겨 돛대가 부러져 나간 배들.

오랜 세월동안 비바람과 강렬한 태양볕에 시달려 색바랜 페인트.

군데군데 살점이 떨어져나간 담벼락.

바닷바람에 엉클어진듯한 나무들.

동화 "보물섬"에나 나올듯한 이국적인 바닷마을은 더이상 쿠바나
멕시코에가야만 감상할 수 있는게 아니다.

용인 에버랜드의 캐리비언베이에서도 똑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캐리비안베이는 천연카리브해안이 가진 이국적 신비라는 테마를 물놀이와
연결, 인공적 놀이환경으로 조성한 작품.

중앙디자인을 비롯한 디자인업체들이 이국적 해안이라는 분위기를 이곳에
도입한 이유는 두가지.

어린이들에게는 환상을 심어주고 어른들에게는 동심을 유발, 현실세계의
스트레스를 잊도록 도와주자는게 그 이유다.

캐리비안베이는 "폭풍이 한바탕 몰아친후 조용하게 아침을 맞는 허름한
바닷마을"을 모티브로 삼고 있다.

설계의 기본컨셉은 "17세기 스페인항구의 이미지".

이에따라 이곳에 사용된 디자인재료들도 엑조틱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것으로 맞춰졌다.

파도풀장에 벽으로 사용된 재료는 회벽.

파도에 의해 벗겨나가 속이 훤히 드러나고 산호같은 물질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방파제를 묘사하고 있다.

조경도 열대 지역에서 사는 식물들을 옮겨심어 이국적 감상을 불러일으키게
했다.

식당의 인테리어도 멕시코풍이 물씬 풍기도록 했으며 조명도 눈에 튀는
조명을 자제하고 투박하게 만들었다.

조명의 위치는 파도에 휩쓸린 나무위에 대롱대롱 매달리게 해 절박감을
표현했다.

이곳 설계의 또다른 특징은 여름 겨울 할것 없이 전천후로 이용할 수
있도록 꾸몄다는 것.

5,000여평에 달하는 "아쿠아틱센터"를 따로 설립, 여름에 즐길 수 있는
각종 물놀이 시설을 전부 재현해 놓았다.

실내와 야외는 개울물이 원형으로 끊임없이 도는 유스풀을 통해 연결해
놓았다.

< 박준동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