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착상태에 빠지고 결렬되는 것을 보아 왔다.
그런데 요즘들어 다시 과거와 같은 행태를 되풀이 하고 있는 것을 보자니
분노가 치민다.
현재 동결상태에 있는 핵무기 계획을 재개하겠다고 위협하고 나선 것이
그렇다.
다시 한번 "상식이 통하지 않는" 북한의 적반하장 태도에 실망을 금할수
없다.
우리는 지난 몇년간 핵무기를 카드화해 벼랑끝 전술로 나선 북한을 상대로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끈기와 인내로 감내했다.
그리고 북한을 믿고 막대한 경수로 건설자금을 지원키로 했다.
하지만 북한은 우리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손익계산에 따라
핵합의 파기와 무장공비 침투라는 배신 행위로 일관하고 있다.
웬만하면 북한에 양보하고 타협점을 찾아보려 애쓰는 우리의 선의를 무참히
짓밟아 버린 것이다.
그래도 우리는 북한이 잠수함사건에 대해 시인하고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
약속만 한다면 대북지원을 재개하겠다고 밝힌 것처럼 최대한 동포애로 할
도리는 다 하려고 애쓰고 있다.
문제는 걸핏하면 생떼를 쓰다시피하는 북한의 상습적인 태도와 이를 동포애
차원에서 들어줘야 한다고 역성들고 나오는 일부의 태도가 이를 부추기는
것이라고 본다.
우리사회 일각에서는 잠수함사건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약속이 있기까지
기존의 대북지원을 잠정 중단하겠다는 방침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이제까지 북한의 노골적인 적대시와 또 북한의 체제 연장을 돕는다는
국제사회의 부정적인 지적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고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은 무엇인지 묻고 싶다.
아무리 대국적 관점에서 생각하려해도 이번만은 그냥 넘어가서는 안된다고
본다.
이번 기회에 북한에 명백한 자기의 잘못을 시인하지 않고, 트집잡고 억지만
부리면 만사가 해결되는양 행동하는 것이 더 이상은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일부에서는 헐벗고 굶주리는 동포들의 어려움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냐고
하지만 이제까지 나름대로 성의를 보여왔다고 생각한다.
더 이상 우리 안보를 위협하면서 적대적으로 나오는 북한의 태도에 관용적인
태도만으로 맞서서는 안된다.
국제사회의 약속을 어기고 제멋대로 행동하는데 대한 대가를 치르고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나올 때까지 더 이상의 회유책은 안된다는
생각이다.
황하수 < 서울 송파구 오금동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