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부담하는 과도한 복리후생비가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정적 요인이 되고 있다는 한국경영자총협회의 분석은 사용자단체의
엄살쯤으로 치부해버릴 일이 아닌것같다.

전국 355개업체를 대상으로한 경총의 기업복지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90~94년 복리후생비용 총액증가율이 연평균 임금상승률 15.1%보다 훨씬
높은 23.9%를 기록, 기업의 인건비상승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함께 작년말현재 인건비에서 차지하는 복리후생비의 비율은 20.2%에
달하고 있으며 특히 대기업의 경우 24%에 이르러 경쟁국인 싱가포르(14.2%)
보다도 훨씬 높다고 하니 노동비용구조의 왜곡으로 인한 기업들의 또다른
어려움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이처럼 기업의 복리후생비지출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지난해까지 일부
대기업들이 정부의 임금가이드라인에 묶여 과도한 임금인상을 할 수 없게
되자 임금대신 복리후생비를 크게 올려주면서 이 영향이 연쇄적으로
파급됐기 때문이다.

물론 기업의 복리후생비지출 확대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는
요즘의 경영풍토에서 어느정도 불가피한 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선진국 기업들의 경우 다양하고 심도있는 복리후생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선진국의 복리후생시스템은 불의의 사고나 퇴직후에 대비한
"저축성"보장성격을 띠고 있는 것에 비해 우리기업의 그것은 주로
학자금보조등 "소모성"위주로 돼 있어 "제2임금"의 성격이 강하다는데
문제가 있 다.

또 복리후생비를 또다른 임금으로 보기 때문에 이는 기업 혼자서
부담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도 문제이다.

우리는 복리후생제도에 대한 이같은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기위해
현재 기업이 일방적으로 부담하고 있는 근로자의 복리후생비용을
노.사.정이 공동부담하는 방식으로의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선진국의 경우 연금제도 등 사회보장제도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어
대부분의 복리후생이 국가차원에서 이뤄지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아직 국가차원의 사회보장이 미흡해 기업들이 이를 대신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선진국 진입에 따라 근로자들의 복리후생욕구가 급속히
확대될 것으로 보여 더이상 기업에만 일방적으로 짐을 지울수는 없는
형편이다.

복리후생비의 내역을 살펴보면 기업활동과는 아무 관계도 없는 부분까지
기업이 덤터기를 쓰고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근로자들의 복리후생요구가 집중되고 있는 학자금보조만 하더라도
선진국처럼 공교육이 제대로만 운영된다면 기업이 걱정을 하지않아도
될 문제이다.

우리의 경우 사교육비의 비중이 공교육비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잘못된
교육제도로 인한 사회적 비용까지 고스란히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연간 20%이상에 달하는 기업의 복리후생비 증가추세를 그대로 방치한채
기업경쟁력을 운위할 수는 없는 일이다.

복리후생비문제는 이제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국가와 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 전방위적으로 풀어가야할 문제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