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부는 날엔 압구정동에 가보자.

초겨울 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계절.

젊음과 패션의 거리, 압구정동으로 떠나자.

주위를 메운 갓스물의 무리틈에서 문득 어색함이 느껴질때는 전통찻집
다예랑에서 잠시 숨을 돌리는 것도 좋겠다.

다예랑은 이름 그대로 차와 예술이 함께 하는 곳이다.

별 특색없는 건물외관과 달리 안으로 들어가면 색다른 느낌의 전통문화가
살아있다.

우선 눈길을 끄는 것은 독특한 인테리어.

바닥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철로.

군데 군데 놓인 나무 징검다리가 재미있다.

여기에 옛스런 가구 도자기 공예품들과 황촉의 은은한 불빛이 어우러진
실내는 이곳이 서울, 그것도 압구정동 한복판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게
해준다.

고가구등 각종 소품과 먹고난 찻잔은 마음에 들면 사갈 수도 있다.

비정기적이지만 다도교실 시낭송회 작가초대전등 예술행사도 마련돼
있다.

그렇지만 뭐니뭐니해도 다예랑의 하이라이트는 무려 50여가지가 넘는
전통차다.

우전차 세작 중작 말차..이름조차 낯선 각종 차가 설명과 함께 제공된다.

간단한 요기도 가능하다.

찹쌀 수제비, 상추쌈 정식은 인기가 높다.

찹쌀떡을 작설꿀에 찍어먹는 꿀떡 구이도 다예랑만의 자랑.

여럿이 간다면 꼭 방으로 들어가보자.

마치 대감댁 사랑방에 앉은 기분이 든다.

창호지로 바른 문을 닫으면 안락하기 이루 말할 수 없다.

절절끓는 아랫목에서 가야금 병주와 함께 차향기를 만끽하는 즐거움이
신선하다.

한참을 쉬었다 가도 눈치가 뵈지 않는 편안함이 좋다.

전통을 사랑하는 젊은이.

현란하고 시끄러운 락카페보다 포근한 분위기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들려보자.

연인과의 밀어가 가능한곳.

바로 다예랑이다.

< 김혜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