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은기 < IBS정보전략연구소 소장 >

인간의 역량을 끄집어내기 위해서는 적절한 자극이 필요하다.

예를들어 인간은 위기에 처하면 평소에는 발휘할수 없는 놀라운 힘을 낼수
있다.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무거운 물체를 들고 탈출하기도 하고, 위험에 처한
여자가 강도에게 필사적으로 저항해 치명상을 입히기도 한다.

사람이 위기에 처하면 아드레날린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하는데 이를 통해
평소보다 강한 힘을 발휘할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육체적인 힘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힘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성적이 떨어진 학생이 선생님이나 부모님으로 부터 호된 질책을 받고 분발
해서 오히려 성적이 더 올라가기도 한다.

사람이 비상한 힘을 발휘하는 경우는 기분이 극도로 좋은 상태에서도
나타난다.

예를들어 특별한 성공체험을 하고난 후에 칭찬을 받으면 기분이 좋아져서
엔돌핀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된다.

이 때도 평상시 보다 큰 힘을 발휘할수 있다.

그러니까 아드레날린과 엔돌핀이 분비될 때는 인간의 잠재능력이 활성화
되면서 비상한 힘을 발휘할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부하나 자녀들에게 "질책" 또는 "칭찬"이라는 자극을 활용
하는데 이는 아드레날린 효과 또는 엔돌핀 효과를 얻기 위한 것이다.

아드레날린 효과를 노릴 것인가, 엔돌핀 효과를 노릴 것인가는 주어진
환경과 목적에 따라 달라진다.

이 두가지 자극은 비상한 힘을 발휘할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지만, 자극방법이나 반응 특성에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아드레날린 효과는 주로 위기상황에서 질책이라는 방법을 통해 나타나게
되는데 그 효과는 매우 한시적이다.

그리고 비상 에너지를 쓰고나면 대부분 극도의 피로를 느끼게 되고
이것이 반복되면 효과자체도 줄어들게 된다.

그러니까 경영자나 관리자가 자주 위기의식을 조성하거나 질책을 하게 되면
그 당시에는 직원들이 긴장하게 되고 어느 정도 성과를 올릴수 있지만 이것이
반복되면 점점 무감각해지거나 반발감이 생기는 등 후유증이 생기게 된다.

최악의 경우에는 직원들이 질책을 들을 때만 움직이고 평소에는 무기력
증세에 빠지게 된다.

위기상황에서 적절한 긴장감을 조성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이것이 일상적
문화로 자리잡게 되면 그 기업은 오히려 자생적 활력을 잃기 쉽다.

여기에 반해서 엔돌핀 문화를 지닌 기업은 칭찬과 격려를 자주하게 되고
그 효과는 비교적 긴 편이다.

게다가 후유증이나 부작용이 없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특히 커다란 성공을 한 후에 행해지는 칭찬이나 포상 그리고 성취감은
엔돌핀효과를 증대시킨다.

아드레날린 문화가 체감의 법칙을 따른다면 엔돌핀 문화는 체증의 법칙을
따른다고 볼수 있다.

우리나라 기업의 경우 그동안 주로 아드레날린 문화를 활용해 왔다.

끊임없이 위기감을 조성하고 엄하게 꾸짖어서 분발을 촉구하는 것이
아드레날린 문화다.

그러나 필자가 최근에 살펴본 초일류 기업들의 문화적 특성은 엔돌핀 문화
라는 점이다.

칭찬 격려 권한 부여 인정 포상 등 여러가지 신바람나는 문화를 조성해서
창의성과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요즈음 일류 기업들의 공통점이다.

엔돌핀 문화의 하이라이트는 "절정 체험"(Peak Experience)이다.

인간은 감동과 감격의 순간 그리고 환희의 순간에 엔돌핀이 최대로
분비된다.

예를들어 직장인들은 신상품을 개발했을 때, 대규모 공사를 완공했을 때,
큰 프로젝트의 계약을 성사시켰을 때 절정 체험을 느낄수 있다.

그리고 업무를 통해 성취감을 느낄 때도 절정 체험을 하게 된다.

"이런 맛에 직장생활을 한다" "이 기분은 아무도 모를거다" 등.

업무를 통해 이런 만족감을 체험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그 기업은 엔돌핀
문화가 강화된다.

반면에 업무를 통해 행복감을 얻지 못하고 음주나 도박을 통해 쾌감을
찾으려는 직장인이 많은 기업은 쇠퇴할수 밖에 없다.

출근해서는 "몸조심이 최고"이고, 퇴근한 후에 취미나 잡기를 통해 인생의
낙을 찾으려 하는 사람들이 많은 기업은 기업문화부터 바꾸어야 한다.

최근 국내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많은 기업들이 감량경영과 위기경영이라는
비상수단을 도입하고 있다.

따라서 사내에 긴장도가 높아지고 질책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육체적인 힘은 일시적으로 강화될지 모르지만 정신적으로는
스트레스만 높아지게 된다.

그리고 마음으로 부터 나오는 감성지능(Emotional Intelligence)은 오히려
약화된다.

실제로 요즈음 우리 사회에는 샐러리맨의 사기저하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이는 "경쟁력 10% 높이기"와 반작용의 에너지로 움직이고 있다.

지난날 "피와 땀" 그리고 "희생정신"이라는 고통 분담이 한강의 기적을
이룩하는데 기여했다 할지라도 이를 리메이크해서 활용하기에는 이미 우리의
환경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는 것을 지도층인사들이 빨리 깨달아야 한다.

재미있는 직장, 신나는 일터, 보람있는 업무라는 느낌을 갖도록 하고
무엇보다도 "칭찬"을 자주해주는 것이 엔돌핀 문화를 만드는 지름길이다.

그리고 엔돌핀 문화야 말로 불황 극복과 경쟁력 향상의 새로운 처방이라고
할수 있다.

현재의 어려움을 우리의 기업체질을 선진국형으로 그리고 고도정보화 사회형
으로 바꿀수 있는 계기로 삼는다면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라고 할수 있다.

자율성과 창의력을 중심자원으로 하는 21세기는 마음의 에너지가 충만한
조직이 발전한다는 인식으로 새로운 기업문화 향상운동을 펼칠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