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이 사람을 죽인 일은 없다"

미국내에서 총기판매를 금지하자는 움직임이 일때마다 총기업자들이
들고나오는 반론이다.

사람을 죽인 것은 총이 아니라 방아쇠를 당긴 사람의 손이라는 주장이다.

이들 총기업자들의 주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총 소지를 법으로 금지할 경우 그래도 총을 가질 범죄자들이 더 안전하고
손쉽게 선량한 시민들을 위협 약탈 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결과가 된다고
강변한다.

"토끼는 앞서가는 거북이를 절대로 따라 잡을 수 없다"는 궤변도 그
틀안에서는 논리적이다.

토끼가 거북이 있던 곳까지 갔을 때는 거북이도 다문 얼마라도 갔을
것이고 또 그곳까지 갔을때는 또 얼만가 기어갔을 것이고 이런 양상은
영원히 되풀이 되게 마련이라는 주장을 정말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물론
없을 것이다.

형식 논리의 허구에서 벗어나 현실을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떻게보면 그럴듯하고 그 나름대로 명분도 있어보이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않은 제도나 발상이 우리 주위에서도 결코 적지않기 때문이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다루어질 법안도 그런 시각으로 열어봐야 할 것들이
없지만은 않다.

신한국당 이재오의원 등이 발의한 외국인근로자고용법안을 보자.

이 법안은 <>외국인근로자 고용 및 노동허가제도입 <>임금 및
노동조건에서 내국인과의 차별금지 <>사용자의 귀국보증금 고용분담금납부
의무화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현재 7만명에 이르는 "산업연수생" 명목의 외국인근로자 고용제도에
문제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열악한 근로조건때문에 명동성당농성 등 집단적인 항의가 빚어진 적도
있고, 국내에 취업했던 외국근로자들을 모두 반대인사로 만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기도 한다.

그러나 허가를 받은뒤 외국인근로자를 내국인과 동등한 조건으로
고용하라는게 현실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상여금 퇴직금 연월차수당까지 지급하며 허가를 받아 외국인근로자를
고용해야 할 경우 국내근로자들이 외면하고 있는 이른바 3D업종의 중소기업
등은 결정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 명확하다.

값싼 외국인근로자 대량유입으로 국내근로자들의 고용기회와 노동조건이
줄어들거나 나빠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허가제와 내외국인차별금지를
제도화하자는 궁상이겠지만, 현실적으로 이 법은 전혀 반대의 결과를 나을
수도 있다.

우선 외국인근로자 국내유입을 오히려 더 늘릴 가능성이 크다.

노동허가를 반은 외국인근로자가 가족을 초청할 경우 외교관계 등을
감안할 때 이를 못하게하기는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불법취업이 늘어날
개연성은 매우 높다.

또 고용허가를 받은 사업주는 지금처럼 중소기협중앙회를 거치지 않고도
외국인근로자를 직접 모집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그 수가 늘어날 것은
거의 틀림이 없다.

내외국인간 동등한 대우를 제도화하는 것 자체가 새로운 노사불안의
씨앗이 될 소지도 충분하다.

해당업체의 지급능력은 차치하더라도, 현재 큰 격차가 있는 내외국인
봉급을 같게 조정하면 그랬기 때문에, 생상성 등을 이유로 격차를 유지하면
차이를 두기 때문에 파열음이 빚어질 수 있다는게 해당업체들의 지적이다.

외국인근로자고용법을 제정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공정거래사범에 대한 공정거래위의 전담고발권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공정거래법개정안은 또다른 차원에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형식상 전담고발권 관련조항을 그대로 두기는 했지만 검찰총장에게
고발요구권을 부여한 것은 공정거래사범처리에 대한 칼자루를 사실상
검찰이 갖게되는 것을 의미한다.

공정거래법운영을 보다 강화하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규칙이 있는 시장"을 목적으로한 공정거래법운영은 국민경제적
시각에서 해나가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독립적인 전담기구"로 공정위를
설치했다고 본다면 이번 개정안은 뭔가 잘못가는 방향인 감이 없지 않다.

경제적 시각보다는 사법적 시각에서 공정거래법이 운영될 경우 업계의
부담은 증대될 수밖에 없다.

그것은 별로 싸지않은 잦은 백화점바겐세일을 과대광고로 봐 공정거래법에
따라 시정조치를 취하느냐, 아니면 사기범으로 형사처리하느냐는 차이로
나타날 수도 있다.

공정거래법위반을 엄하게 다스린다는 것이 꼭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경제사안에 대한 전문성을 갖고 오랜기간 그 업무를 해온 전담
기구에 맡겨두는 것이 형평성이라는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는지, 정부내
기구간 협의를 통해 얼마든지 같은 효과를 얻을 수도 있을텐데 경기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이런 개정을 해야하는지 의문스러운 감이 없지 않다.

노동관계법개정안도 명분이나 논리보다는 보다 현실적인 눈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복수노조를 허용하느냐 마느냐는 문제가 근로자 개개인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보는 것이 긴요하다.

어쩌면 그것은 노동운동을 하는 극소수의 관심사이지 대부분 근로자와는
사실상 별 관계가 없을 수도 있다.

복수노조가 허용되고 교원노조도 있는 외국의 예가 우리 현실에 과연
맞는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마찬가지로 정리해고제가 도입됐을 경우 그것이 악용될 우려는 없는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복수노조도 허용되고 정리해고도 제도화됐을 경우 우리들 근로자들이
얻는 것은 무엇이고 잃는 것은 또 얼마나 될까.

시끄러운 사람들이 주장하는 명분이나 논리는 일단 덮어두고 생활인의
자세에서 생각하는 것이 긴요할 것 같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