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난항을 거듭하던 국회 제도개선특위가 11일 다시 모양새를 갖추고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이를 두고 정가 일각에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준안 합의처리를
위한 신호탄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여당은 그동안 특위활동에 소극적으로 임해왔다.

이런 태도는 특위활동이 내년 대선정국 조성에 득될게 없고 야당에 정치
공세의 장만을 제공할수 있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당은 이날 오전 특위활동 대응에서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신한국당 서청원 총무는 이날 제도개선특위 위원들과의 조찬모임에서
"우리당의 안도 마련해 특위를 적극적으로 가동하자"고 밝혔다.

이런 입장은 고위당직자회의에서 확인됐고 이날 열린 특위간사회의와
전체회의에서는 더욱 명확히 드러났다.

이날 회의에서 여당측은 야당측의 특위운영과 관련한 세세한 요구에 대해
대충대충 이해하고 넘어가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우선 여당은 야당이 소위 위원장을 여야가 번갈아 맡자며 관행에서 벗어난
듯한 주장을 폈으나 크게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여당측은 또 심의대상법안을 확대하자는 야당측 주장에 극력 반대해왔으나
이날 이를 철회, "여당이든 야당이든 법안을 제출하면 소위에 배정해 심의
한다"는데 합의해줬다.

이에 따라 선거법 선관위법 지자제법 정당법 국정감사법 국회증인감정법 등
6개 법안이 이날 새로 소위에 배정됐고 앞으로 주민투표제법(여당) 대통령
비서실법(야당) 등 여야가 제기하는 많은 법안들이 추가로 특위에서 다뤄질
수 있게 됐다.

이런 맥락에서 오는 19일 전체회의를 소집하자는 야당측 요구도 받아들여
졌다.

특위는 이밖에 3당 총무간 양해사항임을 들어 특위위원들이 상임위활동을
전면 중단하고 특위활동에 전념키로 했고 소위일정도 작성해 3당 간사들과
위원장에게 통보하는 형식을 취했다.

하지만 이런 특위운영에 따르는 세부사안에 관한 여야간 합의는 언제든지
다시 쟁점화할수 있는 불씨를 안고 있다.

여야는 언제든지 특위가 이날 회의에서 명확히 하지 못한 소위 개회시간과
토요일 개회문제를 다시 물고 늘어질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소위가 잘 운영된다고 하더라도 특위에서 여야간 합의안이 그렇게
쉽게 도출될수 있으리라고는 기대하기 어렵다.

이달말 또는 예산안 처리시한인 다음달 2일까지 소위가 각종 법안심의과정
에서 불거져 나올 여야간 이견을 해소할수 있는 정치력을 보유하지 못한데다
이번 양보에 대한 여당측의 본심도 "OECD 비준안 처리를 위한 성의 표시"
이상은 아니라는 관측이다.

결국 특위활동 자체가 지지부진해질 경우 야당측은 여당의 무책임성과
무성의를 정치공세의 대상으로 삼고 여당은 야당측의 무리한 요구를 부각
시키는 계기로 이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 허귀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