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한국은행이 중심통화지표의 변경을 조심스럽게
시사하고 나섰다.

이경식 한은총재는 지난 7일 금융통화운영위원회에서 내년 국제수지방어및
물가안정의 어려움을 강조하면서 중심통화지표를 기존의 M2 (총통화)대신
M2 에 양도성예금증서(CD)금전신탁(Trust)을 합한 MCT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중심통화지표로서 M2 의 적합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지만 최근 M2 가 총유동성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 이하로
떨어지자 대안제시가 구체화됐다.

게다가 올초에 신탁제도가 개편된뒤 신탁자금이 은행계정의 저축성예금으로
대거 이동함에 따라 지난 10월중 총통화증가율이 18.9%까지 솟아 통화지표
개편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물론 통화지표는 자금흐름의 대표성 뿐만아니라 안정성 속보성
통제가능성 등 여러가지를 따져봐야 하는데 MCT가 그중 유력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통화지표의 변경은 단순한 기술적인 문제를 넘어 신탁계정이
통화관리대상으로 포함되는 점때문에 한국은행과 재정경제원간의
미묘한 의견차이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성장이나 물가와 같은 거시경제지표와 통화량의 상관관계가 예전에
비해 낮아지고 있고 금리중심의 통화관리 필요성이 시급하다는 재경원의
주장에 상당한 설득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통화지표변경을 추진하는 한은의 입장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신중한 접근과 우유부단한 망설임은 분명히 구분돼야 한다.

국회 비준을 받으면 내년초부터 우리는 OECD회원국으로서 금융시장
개방폭을 크게 확대해야 된다.

또한 사회간접자본확충을 위해 민간기업의 현금차관도입이 허용되는
등 통화증발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같은 상황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 통화관리를 안정적으로 운용하고
정책금융부담을 줄임으로써 간접적인 통화관리방식을 정착시켜야 한다.

이런 필요성을 공감하기 때문에 지난번 지준율을 1.9%포인트 낮출때
금리인하 여지를 줄이고 중소기업지원을 축소하는 것이 아니냐는
부담을 무릅쓰고 총액대출한도축소에 동의했던 것이다.

어느정도 자본이동자유화가 이뤄질 때까지 앞으로 상당기간 국내
금융시장은 혼란과 갈등을 겪을수 있다.

지금까지의 정책금융부담이 누적돼 있는 데다 통화금융제도의 선진화가
지지부진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플레 기대심리도 여전한 실정이다.

따라서 통화정책당국은 국내 금융시장에 주는 충격을 최소화하고
거시경제안정에 최우선 목표를 둬야 하겠다.

이점에서 국제수지방어와 물가안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안정적인
외환관리및 긴축재정을 주문한 이경식 한은총채의 지적은 시의적절하다고
생각된다.

같은 맥락에서 중심통화지표의 변경문제도 발전적으로 검토될수
있을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금리중심의 통화관리를 지향하기 위해서도 통화관리안정을
바탕으로 한 물가안정이 긴요하기 때문에 한은은 재경원과의 긴밀한
협조아래 통화관리체제의 개선을 서둘러주기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