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강삼재 사무총장의 "역대 집권당 사무총장 정치자금 수수" 발언
파문이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여권내부에서는 비록 물밑에서이긴 하나 계파간 불협화음이 이제 돌이킬수
없는 갈등국면으로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야권에서는 "정치자금의 실체를 스스로 드러냈다"며 국조권 발동을 추진
하겠다고 나오는 등 이 문제를 정치적 호재로 최대한 활용할 태세다.

특히 연말이 가까워 오면서 대권후보 선출을 앞두고 이합집산 등 정치적
소용돌이에 말리게 마련인 상황에서 터진 이같은 돌출변수는 여권의 차기
후보결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강총장 발언파문은 여권 핵심부에 상당기간 내우외환의 큰 부담이 될 것
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우선 신한국당 내에서는 강총장의 발언이 계파간 감정의 골을 깊게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 집권당 사무총장을 역임한바 있는 인사들은 23일 겉으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내심으로는 매우 불쾌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이들은 강총장의 발언이 단순한 실수라기 보다는 대권후보 경선을
염두에 둔 고도의 계산된 발언일수도 있다고 보고 진의 파악에 부심하고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

비록 강총장이 현직총장으로 당운영상의 애로점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과거
총장들은 물질적인 면에서도 다소 여유를 가졌다는 얘기를 한 것이라지만
단순히 그렇게 해석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강총장이 "과거 집권당 핵심인사는 차기를 담당하는데 하자가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을 우회적으로 한 것이 아니겠는냐는 것이다.

특히 두 전직대통령의 비자금에 대한 수사과정에서도 그렇고 여태까지
검찰에서도 집권당 총장들의 정치자금 수수를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강총장이 사실상 처음으로 역대 총장들의 불법정치자금 수수를 기정사실화
한 것은 실수이건 의도된 것이든 문제가 확산될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과거 집권당총장에게는 돈이 따라 왔는데 지금은 안된다.

큰사업을 허가할때도 총장이 (허가권을) 기업에 넘겨주면 실링(리베이트
라는 의미)이 1백억~2백억원 정도돼서 비장부에 관리하던 때도 있었다"는
현직총장의 발언은 달리 수사를 해볼 필요도 없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낳고 있다.

역대 집권당 총장들은 언제든지 정치자금 수수문제로 수사대상이 될수
있다는 얘기도 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강총장의 발언은 곧바로 현집권세력의 도덕성에도 상처를
입힐수 있는 빌미를 야권에 제공한 셈이다.

어느 계파에 속하느냐에 관계없이 상당수의 당내 인사들이 강총장의
"경솔함"을 지적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야권은 강총장의 발언을 규명하기 위한 국회 청문회
또는 국조권 발동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회의는 이날 지도위회의를 열고 <>과거 집권당은 어느 당을 말하는가
<>업체에서 비자금을 받은 집권당 사무총장은 누구인가 <>특혜를 주었던
큰 사업이란 어떤 사업인가 <>비자금을 낸 업체는 어디며 <>비자금장부는
어디 있는가 등 6개항에 대해 밝힐 것을 결의했다.

국민회의측은 또 "집권당의 비자금 장부관리는 과거 문제만이 아닌 오늘의
집권당의 문제라는 의혹을 갖지 않을수 없다"면서 검찰의 조기 수사착수를
촉구하는 한편 수사진행에 따라 청문회 소집도 검토키로 했다.

정동영 대변인은 이날 회의후 성명을 통해 "집권당 사무총장을 지낸
신한국당의 김윤환 이한동 최형우 김덕룡의원은 입을 열어야 한다"며
"이른바 대권주자로 불리는 이들이 과거비리에 대한 고백없이 일국의
경영에 나서겠다고 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기만"이라고 비난했다.

자민련도 이날 강총장의 발언내용 규명을 위해서는 국회 국정조사권 발동이
필요하다고 결론짓고 국민회의측과 공동으로 이를 추진하기 위해 금명간
야당총무회담을 갖기로 하는 등 강총장 발언을 정치적 호재로 활용하겠다는
태세다.

<박정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