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의회에서는 "2000년 문제"라는 다소 생소한 안건을 상정하고
이에대한 행정부의 답변을 요구하는 조사서를 각 관공서에 발송했다.

그런데 이조사서에 대해 국방부는 "이 문제를 완벽하게 대응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단지 국가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부분이라도 해결 할 수 있도록
노력할 뿐이다"고 답변해 의회에 커다란 충격을 던져 주었다.

문제의 심각성이 부각되면서 의회에서는 연일 공청회와 조사활동등이
활발하게 행해지고 있다.

클린턴정부도 이 사안을 두고 위기관리체제에 들어갔다고 한다.

정보화사회로 나아가고 있는 현 상황에서 피할수 없는 장벽으로
다가선 "2000년 문제"란 과연 무엇인가.

1946년 ENIAC 컴퓨터 개발에서 시작해 금세기 중반부터 널리 활용되기
시작한 각종 전산시스템은 메모리와 디스크 사용량 절약을 위해 연도
표기방법으로 1996년을 96으로 표기하는등 두자리 표시방법을 채택했고,
일반적으로 이 방법이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

각종 소프트웨어제품 업무프로그램 하드웨어 네트워크에는 "시간"이라는
바이러스가 들어있는데 2000년이 되면 연도가 00으로 표기되면서 모든
전산프로그램의 연산조작에 커다란 혼란을 가져오게된다.

예를 들어 슈퍼마켓에서 판매되는 특정상품의 유효기간이 "10.25.1996"
이라고 전산처리 되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소비자들은 단지 날짜 착오로 생각하고 별다른 의심없이 90년이나 지난
물건을 구입할 것이다.

하지만 상품이 진열된 매장을 관리하는 자동재고관리시스템은 예정된
유효일자를 초과했다는 기록과 함께 모두 폐기처분할 것을 명령하게
될 것이고 유효일자를 멋대로 변경할수 없는 판매사는 커다란 어려움에
봉착하게된다.

적용 업무 프로그램에서의 연산착오로 인한 결과이지만 사용자 입장에서
본다면 이 문제에 대한 피해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다.

간단한 테스트를 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사용하는 PC의 날짜를 1999년 12월31일로 수정된 다음날 다시 날짜를
확인해 보자.

2000년1월1일이 되어야 할 날짜는 예상과는 달리 1980년으로 돌아가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것을 단지 컴퓨터상의 작은 오류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대부분의 전산환경이 이와 관련된 문제에 직면해 있으며 대형 컴퓨터
일수록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커지게 된다.

이것이 바로 "서기 2000년 문제"이다.

"Doomsday"라고도 하고 "밀레니엄 버그"라고도 하는 이 혼란을 3년여
남겨놓은 현재 전산인들 사이에서는 이 문제가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The Year 2000 Information Center"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얼마
남지 않은 "결정의 날"을 초단위로 기록함으로써 대혼란이 예상되는
"00-01-01"을 대비하라고 강조한다.

미국의 가트너그룹은 이 문제가 이미 1960년 이후부터 제기돼왔지만
서둘러 이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지 못함에따라 소프트웨어중 30%가
1999년 말까지 "2000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또한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에는 한 라인당 평균 1달러정도의 비용이
소요돼 오는2000년까지 전세계적으로 6,000억달러 정도의 어마 어마한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2000년 문제"가 이미 가시화되고 있고 점차 영향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는 점이다.

얼마전 일본 항공의 정비 부품발주와 관련해 2000년의 납기일을
입력했을때 컴퓨터가 이를 거부했다.

국내의 모 카드회사는 사용가능기간이 2000년 8월까지인 카드를
발급했다가 이를 다시 회수하고 99년 8월 만기의 카드로 재발급한
적도 있다.

그렇다면 이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먼저 전산시스템의 관리자부터 이문제의 심각성을 올바로 인식하고
관심을 가져야한다.

자기회사의 정보시스템에대한 조사를 하고 어느 곳에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히 영향을 분석한 후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특히 분산환경과 외부시스템과의 인터페이스가 빈번한 정보시스템의
경우에는 다른 시스템의 변경사항을 고려해야한다.

프로그램 하나를 독립적으로 수정하는것은 쉽지만 기존의 업무프로그램은
데이터베이스와 네트워크및 사용자의 인터페이스등 여러 요소들과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 구성 요소들과의 관계를 정립하고 분할하여 업무수행에
적합한 순서를 부여하고 관리해야만한다.

기업경영자도 이 문제에 특별한 관심을 가져야한다.

기업환경의 변화와 함께 비즈니스의 요구사항을 얼마만큼 신속하고
정확하게 처리하는가 하는 문제는 기업의 성패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따라서 경영자는 정보시스템에대한 관심과 함께 시스템비용의 70~80%를
유지 보수에 투자하는것을 아까워해서는 안된다.

"서기 2000년 문제"는 정보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하나의 고비임에
분명하다.

이 문제가 아주 먼 미래에 발생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과 21세기에
대비한 실질적인 경영전략이라는 인식의 확산이 필요하다.

또한 정보통신부를 주축으로해 정보기술 업계가 앞장서서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을 갖고 세미나및 공청회등을 통해 가장 효율적인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표준화를 추진하는등의 제반절차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우리는 빠른 속도로 정보화 사회로의 길을 향해 가고 있다.

이제 이 길을 가는 도중에 불가피하게 파생하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새로운 호기로 역전시킬수 있는 발빠른 대응태세가 필요하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