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모삼천지교"라는 말이 있다.

맹자의 어머니가 자식의 교육을 위하여 세번이나 이사를 했다는
말이다.

이말은 주변 환경에 따라서 사람의 성품이나 인생이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예로부터 주거환경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겼는지 깨우쳐주는 말인
셈이다.

하지만 요즘의 주거환경은 어떠한가.

도시계획법은 "주거의 안녕과 건전한 생활환경의 보전을 위하여"
주거지역을 지정한다.

주거지역은 다시 저충중심의 양호한 주거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전용주거지역, 일상의 주거기능을 보호하기 위한 일반주거지역,
주거기능과 상업적기능이 복합된 준주거지역으로 세분된다.

물론 복잡하고 좁은 국토에서 어느정도 불편한 주거환경은 감수해야
하지만, 몇년전부터 유행처럼 번진 초고층 주상복합건축물은 문제점을
너무 많이 안고 있다.

일반적으로 상업지역에 들어서는 주상복합건물은 적어도 20층에서
30층정도의 높이로 건축된다.

그중에 저층부분은 상업용이고 상층부분이 주택용으로 쓰이는게
보통이다.

주상복합건물은 이론상 직장과 주거를 같이하는 직주근접형
건축물이라는게 장점으로 꼽힌다.

특히 당국이 도심 공동화현상을 막자는 취지에서 정책적으로 권장하는
바람에 주상복합건물 건축붐이 일고 있다.

그러나 주거환경에 대해서 별다른 관리를 하지않았다는데 문제가
있다.

물론 주거에서는 편리한 교통여건과 편의시설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주상복합건물같이 아예 주거시설과 상업시설을 함께 건축하는
것은 한마디로 금기에 속한다.

주거공간은 편안함과 안락함을 기본으로 하는데 비해 상업공간은
영업이익을 우선하기에 소음이나 번잡함을 동반하는게 속성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상복합건물은 영업이익을 극대화하기위해 상업용위주로
기획되기 마련이다.

주거공간은 건축업자의 분양이익을 위한 부수적인 공간으로 배정되는
경우가 많다.

극단적인 예로 얼마전에 준공된 서울 중심지의 한 주상복합건물은
저층부의 상업공간이 주로 밤에 장사를 하는 의류도매상가로 구성되어
있다.

밤새 고음으로 울려대는 음악과 불야성을 이루는 조명에서 상층부의
주거공간에 대한 배려는 하나도 찾아 볼 수 없다.

또 주상복합건물은 주거기능과 상업기능을 환벽히 분리한다고
주택거주자의 엘리베이터를 별도로 만들어 운행하는게 대부분이다.

그래서 거주자들이 그 건물의 주출입구가 아닌 별도의 출입구를
사용하므로 늘 곁방살이식의 샛문을 이용하는 결과가 된다.

결국 가상학에서 가장 중시하는 주택의 3가지 요건인 안방 부엌
대문중에서 대문이 없고 샛문이 대문을 대신하므로 풍수적으로 큰
흠이 된다.

이외에도 상업지역의 특성상 토지의 최대이용으로 자연친화적인
여유공간이 없어 삭막할 뿐아니라 주상복합의 특성상 관리비 등이
일반주택에 비해 경제성에서도 뒤진다.

주택은 가족 모두 편안하게 쉬면서 즐겁고 건강한 생활을 영위하는
틀이다.

요즘엔 교통이나 생활의 편리함 등 표면적 이유 때문에 주택을 너무
쉽게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주택에서 교통여건과 생활편의시설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주변환경이 주거지로서 적합한 곳인가를
보는 것이다.

정광영 < 한국부동산컨설팅 대표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