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판동맹은 겉으로는 기업간의 전략적 제휴 형태를 띠고 있지만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현대의 첨단 컴퓨터기술이다.

그중에서도 현대 유통업 최대의 발명품이라 불리는 POS (판매시점관리.
Point Of Sales)나 EDI (전자문서교환. Electronic Data Interchange)가
없었다면 제판동맹은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CR (소비자반응시스템. Efficient Consumer Response), QR (즉시대응
시스템. Quick Response), SCM (총공급망관리시스템. Supply Chain
Management) 등 유통정보시스템이 제판동맹과 동전의 앞뒷면 관계를 갖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반소매점의 계산대에서 흔히 볼수 있는 포스는 "판매시점관리"라는 원뜻
처럼 물건이 팔리는 것과 동시에 소비자의 구매상황이 낱낱이 기록되는게
특징이다.

상품에 붙어 있는 바코드를 스캐너로 읽어들이면 컴퓨터가 즉각 상품의
가격과 판매수량 재고현황 등을 기록, 이를 본사의 호스트컴퓨터로 보낸다.

호스트컴퓨터는 이를 온라인망을 통해 도매상이나 제조업체 등 협력업체의
중앙컴퓨터에 보냄으로써 제휴업체는 리얼타임(real time)으로 모든 정보를
공유할수 있게 된다.

기업들은 포스데이터에 의해 팔린 상품을 바로 보충하고 나아가 소비자의
기호를 파악, 신상품 개발의 귀중한 정보원으로 삼는다.

QR나 ECR는 다같이 포스나 EDI시스템을 이용한다는데서 동일하지만 적용
부문이나 시스템의 중심 설계사항은 조금 차이가 있다.

80년대 중반 미국의 백화점과 의류제조업체 원단업체 등을 중심으로
추진된 QR는 "품절방지"가 주목적이다.

90년대부터 각광받기 시작한 ECR는 주로 식품이나 잡화업체를 중심으로
추진됐다.

QR의 목적이 품절방지에 있다면 ECR는 과다한 재고축소 등 재고관리에
더 중점이 주어진다.

물류효율화에 중점을 두고 있는 SCM은 물류비절감이 단순히 기업내부뿐만
아니라 공급업체 고객, 그리고 정보통신업체 등 기업외부의 환경까지
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기업간 유통정보시스템의 구축은 결국 제조업 유통업 소비자의 3자가
중간비용의 축소및 효율화를 통해 공동의 이익을 얻자는 윈윈(Win-Win)
게임적인 목표를 갖고 있다.

유통정보센터 박동준 부장은 "유통정보시스템의 구축에 있어 가장 어려운
점은 기술적인 수준보다 기업간의 신뢰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판매동향 매출액 등 경영정보를 공개하기 꺼린다면 기업 상호간의 신뢰성은
무너지고 당연히 시스템 구축도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 이영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