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훈 < 중앙대 부총장 >

가을 바람이 불면서부터 생산 유통 소비 등 모든 부문에서 불황의
그림자가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경기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은 가운데에서도
우리는 지속적인 고도성장을 구가해 왔는데 금년 하반기부터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생산과 기업 등 공급측면에서부터 불황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다가
최근에는 소비와 가계 등 수요측면에서도 불황을 의식하기에 이르러
전반적인 경기 침체의 기운이 짙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최근의 불경기가 거품이 빠져나가는 과정의 하나라고 한다면
체질상으로 큰 문제가 없으나 근본적으로 체력이 떨어져 간다고 한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수 없다.

최근 한국경제는 고지가 고임금 고금리 고물류비 고물가 등 소위 고비용
구조속에서 저투자 저저축 저수출 등의 저생산성에 의한 저효율이 만연되어
국제경쟁력을 상실해 가고 있다.

따라서 한국경제를 활성화시킬수 있는 방법은 무엇보다도 저비용으로
고효율성을 달성하여 국제경쟁력을 보강하는 방법 이외에는 없는 것이다.

고비용을 저비용으로 바꾸고 동시에 저효율을 고효율로 만드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궁극적으로는 생산성을 높일수 있는 기술혁신운동을 전국민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고비용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가계 기업 정부 등 모든 경제주체가
근검절약으로 거품을 제거하여 체질을 개선하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노동 자본 기술 자원 등 모든 분야에서
종합생산성을 올려 새로운 공급체계를 세우고 전국민적인 신사고운동으로
기술혁신전략을 추진하여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정부는 고비용의 주범이 되고 있는 금리와 환율 그리고
사회간접자본 등에 대한 과감한 정책전환을 단행하고 돈 없이도 해결할수
있는 각종 행정규제를 철폐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노.사.정이 협력하여 합리적인 임금수준을 정하고 물가안정에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고비용 저효율의 경제구조를 저비용 고효율의 신경제구조로 바꾸기 위한
기술혁신운동은 종래의 제1의 유형자산 생산요소(토지 노동 자본)에 제2의
무형자산 생산요소인 지식 기술 정보 등을 새롭게 결합시켜 융합경제의
논리로 국민경제의 틀을 한차원 높이는 운동으로 승화되어야 한다.

현재 우리에게는 기술개발도 중요하지만 자본이 부족하기 때문에 신사고
운동으로서의 기술혁신운동이 중요한 것이다.

전국민이 새로운 의식과 제도 그리고 새로운 기법으로 값싸고 질좋은
상품을 생산하여 새로운 판로를 구축하여야 국제경쟁력을 높일수 있는
것이다.

세계적 특허인 트랜지스터는 미국 벨 연구소의 쇼콜리 박사가 발명했지만
트랜지스터 라디오는 일본의 소니사가 처음 생산했으며 워크맨은 독일의
특허인데도 일본이 이를 먼저 상품화하여 세계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그리고 자동차 왕국인 미국에서 금년 상반기중 가장 많이 팔린 자동차는
미제가 아닌 일제 혼다라는 사실이 기술개발과 기술혁신이 다르다는점을
입증해주고 있다.

그 혼다는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큰 회사가 아니라 자동차를 생산한지
28년밖에 되지 않는 무명의 회사였던 것이다.

3년전에 우리의 수출상품 불량률이 5.4%에 달했으며 현재는 2~3% 수준에
도달했다고 한다.

품질경쟁력이 상당히 좋아졌다고 할수 있지만 우리는 아직도 불량품을
백분율(%)로 계산하는 단계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일본과 미국에서는 일찍이 백만개 중에서 불량품이 하나냐,
둘이냐를 계산하는 1PPM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일본에서는 최근 PPM운동에서 더 나아가 불량품이 하나라도 발생
해서는 안된다고 하는 무결함운동(ZD : Zero Defect)을 전개하고 있는
정도이다.

경쟁력을 높이는데 있어서 선진국은 우리와 차원이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불량률이 2%라고 할때 백개 중에서 두개가 불량품이기 때문에 상당히
개선되었다고 안이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대의 생산체계는 기계화에 의해 대량생산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백만개 중에서 2%의 불량률이라면 2만개가 불량품인 것이다.

결국 이러한 기업이 국제 경쟁력을 지탱할수 없다는 점을 우리는 쉽게
알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국제경쟁력을 보강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불량률을 낮추기 위한
전국적인 기술혁신운동을 전개하여여 할 것이다.

얼마전 일부 경제단체에서 추진하던 100PPM운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더욱 그 단계를 높여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는 흔히 기술혁신운동을 연구개발비를 투자하여 박사들이 대학에서
연구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혁신운동이 그런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모두가 자기일에 정성을 다하는 정신적인 자세와 새로운 발상을
의미하는 것이다.

결국 현재 국정의 기본방향으로 정하고 있는 세계화 전략은 개방화와
국제화뿐만 아니라 세계속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려는 무한경쟁 전략으로
국민의 선진국적인 의식까지를 포함한 전략으로 승화되어야 한다.

이같은 새로운 국민정신의 바탕위에서 우리는 최근의 새로운 국제무역
질서인 다국적 무국적 상품에 적극 대응할수 있는 경쟁력있는 상품을
개발하여야 할 것이다.

최근 대미국 일본 무역적자가 사상 최대규모인 157억달러에 달하여
국제수지의 불균형을 확대시키고 있다.

이는 미국 일본의 국내 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리기보다는 동남아와 동북아
에 산재하고 있는 미국 일본의 자회사인 다국적 기업과의 경쟁에서 우리가
뒤떨어지고 있는데서 비롯된 것이다.

즉 현지의 싼 노동력과 자원이 미국 일본의 기술과 결합하여 경쟁력있는
상품을 현지에서 생산하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경쟁력 강화운동은 사활의 문제이며 이는 곧 기술혁신
운동으로만이 가능하다는 것을 전국민이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