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속 소소한 경험과 마음을 나눈 지난 두 달간의 연재를 마무리하며 부족한 글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작은 위로와 따뜻한 공감이 됐기를 조심스레 바라본다. 어떤 말을 어떻게 건넬까 매주 고민한 시간도 이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괜스레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말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말이 지닌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중에서도 ‘따뜻한 말 한마디’는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는 힘을 가졌다. 배우자가 건네는 다정한 말, 직장에서 동료가 보낸 작은 격려 등 따뜻한 말 한마디는 사소해 보이지만 생각보다 더 깊이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때로는 삶의 무게를 덜어주고 때로는 다시 일어설 용기를 주기도 한다.하지만 현실 속의 나는 쑥스러움에 망설이다가 하고 싶은 말을 얼버무리거나 일상의 바쁨을 탓하며 진심을 제대로 전하지 못해 뒤늦은 후회를 하기도 한다. 출근길 아내에게 “정말 고맙고 앞으로도 같이 의지하며 잘살아 보자”고 말할걸. 직장에서 동료에게 “늘 고생 많다. 열심히 해줘서 고맙다. 수고했다”고 먼저 말할걸. 듣기 싫은 말일지라도 상대가 기분 나쁘지 않게 조금 더 고민하고 이야기할걸. 이런 후회와 아쉬움이 쌓일수록 따뜻한 말 한마디의 소중함을 더 깊이 깨닫는다.최근 우리 사회는 점점 더 예민해지고 날카로워지고 있다. 계층, 성별, 세대 간 갈등이 깊어지면서 타인에 대한 비판과 분노가 빠르고 쉽게 퍼져나간다. 말이 사람을 위로하는 것이 아니라 상처를 주는 무기가 되는 것이다.“친절한 말 한마디는 짧고도 쉬운 것이지만 그 울림은 끝이 없다”는 마더 테레사의 명언처럼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하고 특별한 것이 아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 과정에서 새삼 확인된 사실이 있다. 병원과 의사들이 영리 활동에 ‘진심’이라는 것이다. 사직 전공의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들이 1·2차 병원에 재취업한 뒤 소위 ‘돈 되는’ 비급여 진료 비용은 눈에 띄게 늘었다. 지난해 중소 병·의원을 통한 실손의료보험금 지급액은 사상 처음으로 8조원을 넘었다. 지급액 증가분 7822억원 중 비급여가 4539억원에 달했다. 이익 추구를 위해 도수 치료, 비타민 주사 등을 경쟁적으로 늘린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도 한국에서는 영리병원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국민들은 헷갈릴 수밖에 없다.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10년 연구보고서에서 “병원들의 영리 추구 행위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영리병원을 금지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진단했다. 번번이 좌초한 투자개방형 병원영리병원은 영리법인이 세운 병원을 말한다. 현행 의료법상 병원은 의사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비영리법인만 개설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 병원이 영리 활동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국민건강보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병원의 91.5%가 수익을 의사 개인이 챙겨가는 의원급이다. 대학병원도 장례식장, 푸드코트 등 부대사업을 확대해가며 수익 창출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투자자를 모집해 수익을 배당하지 못할 뿐, 영리 활동을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이런 점에서 영리병원은 정확히는 ‘투자개방형 병원’이라고 표현해야 한다. 투자개방형 병원 도입은 해묵은 과제다. 김대중 정부는 경제자유구역에서 외국인 전용 투자개방형 병원 설립을 처음으로 허용했다. 이후 2005년 송도경제자유구역에서 미국
중국과 해상 영토 분쟁의 교과서 같은 나라가 필리핀이다. 벤치마킹은 물론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까지 두루 갖추고 있다. 중국은 1994년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의 미스치프 리프(암초)를 우기에 필리핀 해군이 일시적으로 근무를 중단한 틈을 타 무력 점거했다. 필리핀 팔라완섬에서 250㎞, 중국 하이난섬에서 500㎞ 떨어진 곳으로, 엄연히 필리핀의 200해리(370.4㎞)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 있다. 중국은 장제스 국민당 시절 11단선에서 파생한 것으로, 남중국해의 90%가 중국 영해라는 U자 형태의 9단선 지도를 근거로 들이댔다. 필리핀은 군사 행동과 외교를 병행하는 이중 접근 방식으로 대응했다. 미스치프 리프에서 37㎞ 떨어진 모래톱에 폐군함을 고의로 좌초시킨 뒤 시멘트와 철강, 케이블 등으로 고착해 해병대원들을 상주시켰다. 비례 원칙에 따른 것이다.외교적으로는 2014년 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 때 이 문제를 헤이그의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로 끌고 갔다. 2016년 7월 판결은 필리핀의 완승이었다. 중국이 주장한 9단선 등 모든 역사적 근거를 포함해 행위의 합법성이 일절 인정되지 않았다. 필리핀은 중국과의 분쟁에서 결정적 호기를 잡았으나, 이후 사태는 한 지도자의 영향으로 정반대로 흘러갔다. 학생 운동가 출신 반미 좌파 정치인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장본인이다.PCA 판결과 비슷한 시기에 집권한 두테르테의 첫 방문지는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었다. 당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에게 “지옥에나 가라”고 욕설을 퍼붓던 두테르테는 중국에 가서는 “중국인의 핏줄을 타고났다”며 비위를 맞췄다. 중국도 미국 대통령급에 준하는 최고의 환대를 베풀었다. 두테르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