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관의 최덕근영사 피살사건은 북한무장공비 잔당
소탕작전과 맞물려 발생했다는 점에서 북한의 개입여부를 놓고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이 북한의 소행으로 드러날 경우 무장공비 침투사건으로
가뜩이나 경색된 남북관계는 자칫 대결구도로 발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일단 러시아당국의 협조를 얻어 정확한 진상파악에 나선후 조사
결과에 따라 후속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최영사는 1일 저녁(현지시간) 공관원들과 저녁을 먹은후 오후
8시30분께 헤어져 총영사관에서 15~20분 거리인 숙소 아파트(루스카이 55-A
KB205호)로 귀가도중 피습.

둔기로 머리 뒷부분을 맞은 흔적과 오른쪽 옆구리에 예리한 송곳(볼펜
크기)으로 찔린 자국이 있었다는 것.

그러나 사망후에도 그가 소지하고 있던 현금 1천2백달러가 든 지갑 및
여권 등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러시아당국은 이사건의 중대성을 감안, 현지 검사장이 수사를 직접 지휘.

러시아측은 우리 공관원 입회하에 2일 오전 10시부터 부검을 실시.

<>.정부는 "북한의 관련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며 신중한 입장.

그러나 이번 사건이 북한 무장공비 소탕작전중 발생했다는 점을 중시,
여러 가능성을 놓고 기민한 대응.

정부는 관계당국자로 조사단을 구성해 현지에 급파, 진상을 파악토록 하는
한편 러시아측에 철저한 수사및 조속한 범인 검거를 요청.

또한 이 사건이 북한의 계획된 보복일 것에 대비, 해외공관에 북한의
테러및 보복행위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도록 긴급 훈령.

정부는 일단 최영사 피살원인을 크게 <>현지 갱단에 의한 강도 <>개인
원한에 따른 피살 <>북한공작원의 소행 등 3가지 방향에서 파악중.

그러나 피살된 최영사의 지갑이 그대로 남아있다는 점, 그의 평소 성격이
원만했다는 점, 독침으로 보이는 상처가 발견됐다는 점에서 단순 강도사건은
아닐 것이라는게 외무부의 대체적인 분석.

외무부 관계자는 "블라디보스토크의 치안이 워낙 좋치 않은데다 목격자도
없어 사인 규명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최영사가 대북정보 업무 등 특수
임무를 담당해왔다는 점을 중시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

이 관계자는 또 "현지에서 최근 수년간 한국인을 노린 강도사건이 여럿
있었다"고 첨언.

<>.피살된 최영사는 42년11월생으로 정부내에서 몇 안되는 러시아통.

직급은 외무직 부이사관(3급)으로 국장급 고위공무원.

최영사는 지난 93년 2월18일부터 95년 12월20일까지 주 우크라이나
대사관에서 참사관으로 근무후 현재까지 주 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관의
영사로 재직.

그는 총영사관내에서 북한정보를 포함, 현지의 정보수집 및 분석업무를
주로 맡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은 부인 김영자씨(52)와 1남1녀.

<>.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관은 러시아 극동지역의 영사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대러시아 전진기지.

최근에는 이 지역에서 활동중인 북한 벌목공의 귀순에 관여해왔다.

블라디보스토크에는 현재 종합상사 4개를 비롯해 일반상사 7개, 중소기업
10개, 선박수리지점 7개 등이 진출해있으며 모두 3백여명의 교민이 체류중.

한편 북한은 인근 나홋카에 개설된 총영사관에 18명의 공관원을 비롯,
이지역에 52명의 공관원을 파견.

또한 인근지역인 연해주 일대에 북한의 벌목공과 건설노동자 3천여명이
활동중.

< 한우덕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