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지원의 문을 연지 벌써 22년이 됐습니다.

우리나라가 절대 빈곤을 벗어나 한창 성장하던 70년대에 설립했죠.

복부인 치맛바람 등 갖가지 사회문제가 노출되기 시작하던 때여서
누군가는 전통과 예절 등 우리고유의 가치를 강조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곳을 졸업한 어머니들이 장성한 딸을 다시 이곳에 보낼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강영숙 예지원 원장(65)은 아나운서 교사 예지원원장이라는 각기 다른
세가지 일을 성공적으로 이뤄낸 능력있는 여성으로 불린다.

그런 그가 가장 듣고 싶어하는 말은 "한국여인의 미를 갈고 닦는데
일조했다"는 평가.

그가 사회생활을 시작한 것은 57년.

대학 (숙명여대) 재학중 KBS 아나운서로 입사했으며 62년부터 10년간은
경기여고와 중앙여고 국어교사를 겸했다.

74년 예절교육기관 "예지원"을 만들어 82년 MBC해설위원직을 그만둘때
까지 방송국과 예지원을 오갔다.

"일을 만들어 하는 성격이어서 많은 일을 동시에 했죠.

남이 부르기 전에 먼저 다가가 "나좀 써달라"고 요청할만큼 용감하기도
했구요"

예지원 설립은 각계각층 여성들과 대화하며 "전통과 가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여성교육기관"이 필요하다는 뜻을 확인한 데서 비롯됐다.

"첫학기에 고위직 공무원부인들이 대거 등록했어요.

반갑기도 했지만 내심 "이분들이 마음대로 행동해 수업분위기를 흐트러
뜨리면 어쩌나"걱정됐어요.

그래서 지각.조퇴않기 비서대동않기를 조건으로 내세웠죠"

그는 오늘의 예지원이 있기까지는 많은사람의 노력이 필요했다고
말한다.

특히 교육본부장 권명득씨는 출범초부터 수업계획과 각종 실무를
책임져온 대들보.

현재 강좌는 "국제문화프로그램"과 주부를 의한 "예지반" "다도반"
미혼여성을 위한 "규수반"과 "직장인프로그램"의 5가지.

특강까지 합하면 일년에 2만명 가량의 학생들이 이곳을 거쳐간다.

"갈수록 전통을 가볍게 여긴다는 것을 느낄수 있습니다.

전례에 대해서는 우선 "너무 복잡하다"는 반응을 보이기 일쑤죠.

그때마다 "까다로운 양식 테이블매너는 배우려 애쓰면서 왜 우리것은
거추장스럽다고만 생각하느냐.

자기것을 소중히 여겨야 남에게 대접받을수 있다"고 말하죠"

전통과 예절을 배우는 일을 "한가하고 여유있는 이들이나 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을 대할 때마다 차근차근하게 "우리 자녀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꼭 배우고 전수해야 할 일"이라고 얘기한다.

가족으로는 사업가 남편과 세아들이 있다.

< 조정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