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안정을 위해 정부부처는 갖은 수단을 다 쓰고 있다.

그래도 물가는 오르기만 하고 국민의 물가불안심리는 좀체로 잠재워지지
않는다.

아직도 경쟁이 통하지 않는 시장이 널려 있고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이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관료의 힘이나 정부의 개입에 의존하지 않는 물가안정대책이 종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때이다.

지난 20일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한승수 경제부총리가 주재한 물가대책
장관회의는 주택임대료를 낮추기 위해 임대주택사업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지방자치단체의 물가안정 기여도에 따라 지방교부금 등 각종
재정지원을 차등화하기로 했다.

또 농.축.수산물의 수급조절, 개인서비스요금 인상의 표준화, 공산품가격
인하경쟁압력 유지, 미분양아파트 임대전환, 대형할인점 확대와 가격조사를
통한 경쟁촉진 등 다양한 대책이 제시되었다.

이러한 대책은 한마디로 "물가관리는 정부가 나서서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
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교과서적인 얘기가 되겠지만 물가안정은 관료의 힘이나 정부의 감시만으로
이룰 수는 없다.

그래서도 안된다.

관료의 힘보다 더 강한 경쟁업체의 혁신능력, 정부의 감시보다 더욱 무서운
시장 고객의 합리적 선택이 지속적인 가격인하와 품질개선을 가져와야 한다.

따라서 물가안정의 기본틀은 "열린시장"과 "경쟁촉진"이다.

개방체제 경쟁사회에서의 숨가쁜 생존노력은 오로지 생산기업과 유통업체의
경쟁력에 의존하며, "기업의 경쟁력"이 바로 "물가안정"의 뿌리이다.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면 정부의 가격인하압력은 그대로 품질저하를
가져오고 폐쇄된 시장에서 그 피해는 소비자의 후생감소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설렁탕값을 묶으면 소비자가 맛없는 설렁탕을 먹게 되고, 학교
등록금을 억제하면 교사들이 제대로 가르치지 않으니 과외지도 사설학원이
번성한다.

정부가 앞장서는 물가관리를 포기할수 없는 현실적 제약은 많다.

그래도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 물가안정을 달성해야 한다.

시장을 열어 소비자의 선택범위를 넓히고 생산자의 배움의 기회를 넓혀야
한다.

폐쇄된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국내시장에서도 세계 일류기업과의 경쟁이
이루어지게 해야 한다.

국내외 가격차가 존재하지 않는 선진국에서는 이미 물가불안과 인플레
압력이 사라진지 오래다.

치열한 경쟁의 결과로 물가안정을 이룬 것이다.

"기업의 경쟁력이 물가 안정의 뿌리"가 되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기업들이 경쟁력강화에 매진할수 있도록 기업경영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정부와 관료가 기업을 고객으로 모시는 행정서비스 생산주체로 탈바꿈
되어야 한다.

둘째 기업경쟁력의 핵심은 사람의 능력이며 일하는 조직의 열정이다.

소유주 경영자 근로자의 단합된 노력이 최우량상품생산에 집약되어야 한다.

열린 시장에서 경쟁력있는 상품의 생산과 판매에 기업전체가 매진해야
한다.

셋째 열린 시장과 경쟁력 향상의 수혜자는 국민이며 소비자이다.

경쟁력있는 기업을 사랑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