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시스템통합업계다"

지난 80년대 중반 자본시장개방을 앞두고 증시가 폭발적인 성장세를 거듭할
때 대학생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직장은 증권회사였다.

탈제조업체의 러시가 이뤄졌던 시기다.

90년대 들어서는 반도체와 컴퓨터업체로의 대이동이 이뤄졌다.

그러나 21세기를 앞둔 지금은 SI업체의 차례다.

네트워크의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SI업계의 매출이 연평균 30%선의 높은 성장세를 거듭할 것으로 예상되자
이분야가 최대의 인력시장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삼성데이타시스템 LG-EDS시스템 쌍용정보통신등 주요 10대 SI업체에 종사
하는 인력만도 올연말이면 1만8,300명을 넘게될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말보다 4,000명가량 늘어난 것이다.

이같은 추세는 오는 2000년까지 이어져 2000년 10대업체에 종사할 인력은
3만9,000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따라 이들업체가 올 하반기중 채용할 인력만도 1,700여명에 이르게
된다.

LG-EDS시스템이 480명, 현대정보기술이 300명, 삼성테이타시스템이 250명,
대우정보시스템이 200명등 매출규모에 비하면 파격적이라 할만큼 많은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경력사원들의 스카우트가 치열해 이에 대한 대비도 게을리할수
없는 처지이다.

이에 따라 SI업체들은 우수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아이디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매출을 올리기 위한 시스템경쟁에 앞서 인재확보를 위한 채용시스템 경쟁
부터 벌이고 있는 셈이다.

인터넷을 통해 인력을 채용하는 방식은 SI업계에서는 보편화된 방법중의
하나이다.

이제는 이를 어떻게 개선하느냐가 열쇠이다.

LG-EDS의 경우 인터넷에 입사지원서와 똑같은 양식이 입력되어 있어
인터넷 ID를 가지고 있는 학생이면 누구나 입사지원서를 내고 서류전형
합격여부까지 확인할 수 있다.

지원자들은 서류작성과 제출에 드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있고 회사는 지원
서류를 데이터베이스로 저장하여 활용할 수있다.

이회사는 이와함께 경영분야의 해외 석박사급 인력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대정보기술은 인터넷으로 경력 및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것은 물론 "HIT
인재뱅크"를 운영, 지원자의 경력데이터를 사내의 인력소요부서에서 온라인
으로 서류전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대여장학생제도를 통해 우수 대학생들에게 학비를 전액 보조해 주고
일정금액을 수학지원비로 제공하면서 인력을 유치하고 있다.

이회사는 또 인턴사원제를 이용해 올해 47명의 대졸사원을 뽑기도 했다.

기아정보시스템은 연중 수시채용제도를 도입하고 있으며 연2회 정기공채를
통해서도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

97년부터는 인터넷을 통해 상시채용제도를 보다 활성화시킬 계획이다.

SI업계의 인력채용에서 또 한가지 기류는 전공파괴현상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쌍용정보통신은 컴퓨터를 전공하지 않은 대학졸업예정자에 대해 무료교육을
실시한 후 채용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이회사는 정보통신인력의 수요가 급증하는 대신 필요인력이 절대부족 양상
을 보일 것에 대비해 지난해부터 이 제도를 채택했다.

인문계등 비전산계열의 대학 졸업예정자를 모집, 회사 부설전문교육기관인
교육센터에서 6개월간의 야간 무료전산교육을 통해 대학 4년과정을 마스터
하도록 하고 있다.

이회사는 이과정을 통해 입사한 사원들의 경우 실제 업무추진에서 유연성과
창의력이 돋보여 기대이상의 실력을 보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최근 내년졸업자를 대상으로 교육수강자 접수를 받은 결과 19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여 무료교육제도가 성공적인 채용방식으로 자리를 잡았다.

다른 업체들도 인력부족현상이 심해지자 입사때 아예 전공을 고려하지
않는 대신 컴퓨터와 관련된 적성검사만 실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채용기준이 바뀌면서 비전공인들이 포괄적인 사고방식을 지니고 있는데
따른 장점이 드러나기 시작했고 이것이 비전공자 채용을 더욱 확대시키는
촉매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포스테이타의 경우 지난 93년 비전공자를 30%정도 채용했으며 특정
프로젝트의 경우 전공자와 비전공자를 함께 배치하여 상호조화를 이루게해
완벽한 시스템을 구축해 내는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SI업체의 전공파괴현상은 갈수록 확산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SI업체는 대졸여성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취업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대부분의 SI업체들이 남녀차별을 두지 않는데다 결혼후 계속 직장생활을
할수 있고 급여와 근무조건도 좋아 대졸여성인력이 몰리고 있다.

이 때문에 SI업체에서 종사하는 대졸여성인력의 비율이 10%정도로 제조업
평균을 훨씬 웃돌고 있다.

LG-EDS의 경우 전체직원중 여성인력이 23%가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가운데
대졸이상 고학력이 15%를 넘어서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시스템엔지니어들로 남자직원들과 동일한 직종에 종사하고
있다.

이같은 사정은 삼성데이타시스템 동양SHL 코오롱정보통신등 다른 SI업체도
마찬가지다.

SI업체는 급성장의 부산물로 인재채용시스템까지 변혁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김수섭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