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나진.선봉 지구를 경제무역지대로 선포하고 그 개발을 다그쳐
나감으로써 지역적 협조와 교류를 활발히 벌여나갈 뿐만아니라 전반적
아세아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는 데서도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려
합니다"

북한 대외경제협력추진위원회 김정우 위원장이 지난 7월말 일본에서 열린
투자설명회에서 한 말이다.

그로부터 두 달도 지나지않아 북한은 지난 18일 잠수함에 20명의 간첩들을
태워 남쪽땅에 보냈다.

아직 진상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번 사건을 강.온파간 갈등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인 듯 하다.

그러나 이번 일은 김정일의 머리에서 나온 것일 수 밖에 없다.

이번 사건의 주역이 인민무력부이고 인민무력부는 바로 김정일의 군대이기
때문이다.

김정일은 아버지 김일성이 죽자 군부를 상전모시듯 우대해왔다.

주민들에게는 하루 쌀 2백g안팎을 배급하면서도 군인들에게는 정량
(7백50~8백g) 이상을 배급해왔다.

군간부들의 서열도 높여줬다.

그리고 군행사에는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군사비도 줄이지 않았다.

이런 대접을 받는 군부가 김정일의 뜻을 거스른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결국 김정일은 잠수함으로 간첩들을 남파하는 일이 "협조와 교류" "평화와
안전보장"이라고 믿고있는 듯 하다.

이런 김정일에게 우리는 지난해 15만t의 쌀을 지원했다.

올해에도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대북지원을 계속했다.

4자회담을 제의하고 과감한 경협확대 의지를 천명하기도 했다.

우리가 정말 멍청한 일들을 한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온정론을 펴온 우리측 비둘기파들은 정말 할 말을 잃게 됐다.

"민족의 화해와 단합, 통일에는 안중에도 없이 오직 대결만을 추구하는
희세의 파쇼폭군들의 폭거다"

한총련 시위자에 대한 사법조치와 관련해 북한 중앙 방송이 18일 내보낸
논평의 일부이다.

허귀식 < 정치부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