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 김대중총재는 16일 기자회견에서 "우리경제의 현실은 한마디로
전면적인 실패이며 위기상황"이라고 규정하면서 정부에 내년예산 증가율을
11%내로 억제할 것 등을 포함, 경제회생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김총재는 특히 이날 기자회견에서 경제난에 대한 "거국적 대응"을 위해
여야 경제영수회담을 제의함으로써 앞으로 경제문제를 정국의 최대현안으로
삼아 대처할것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김총재가 중남미 순방을 마치고 김영삼대통령이 귀국하는 날을 택해
경제영수회담을 제의하는 기자회견을 가진것은 경제문제에 초점을 맞춰
정국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겠다는 강한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김총재의 이날 제의는 여권 일각에서 김대통령의 순방외교 성과를
설명하는 방식으로 영수회담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할때 일종의
"선수치기"적 성격이 강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는 김총재가 경제영수회담을 제의한직후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중남미에는 이미 미국 유럽 일본 중국등 많은 나라들이 진출해 치열한
시장경쟁을 벌이고 있다"면서 "이번 김대통령의 순방외교의 성과로 장미빛
미래를 꿈꿀수 있는지는 두고봐야 할 것"이라고 언급한데서도 드러난다.

김총재는 이어 "과거처럼 경제가 정치적 선전 목적으로 이용돼서는 안된다"
면서 "영수회담이 이뤄질 경우 순방외교 설명회에 그쳐서는 안되며 경제
문제를 주제로 해야 한다"고 강조, 경제문제에 관한한 주도권을 쥐고 대처할
뜻임을 분명히했다.

이와관련, 정동영대변인도 "순방성과만 설명하고 식사만 하고 나오는
자리라면 거부하겠다는 것이 이날 간부회의를 거친 당론"이라고 설명,
경제문제를 의제로 삼지않는 영수회담은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총재의 이날 기자회견에서 또하나 주목되는것은 기업인의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는 점이다.

김총재는 "기업인은 이제 우리경제의 소중한 전사들인만큼 과거에 가졌던
여러가지 편견을 시정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건전한 기업인들을 모두
애국자로 대하고 그들의 사기를 고무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총재는 이어 "우리경제는 중소기업과 대기업간의 쌍두마차를 형성해야
한다"고 전제, "정부는 대기업이 공정거래법을 어기지 않는한 모든 기업
활동을 자유롭게 할수 있도록 완전한 자율성을 보장해주고 헌신적인
기업인의 위상도 높여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총재는 또 "대기업들이 새로운 시각으로 대응할수있는 체질개선을
하지못하고 있는 것은 어떤때는 특혜를 주고 어느때는 조이는 등 정부의
대기업정책이 공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언급은 김총재가 대기업에 대한 "정부의 불간섭.무지원"이라는
기존입장에서 한걸음 더나아가 대기업의 역할과 경제발전에 대한 기여도를
좀더 긍정적으로 평가해주는 쪽으로 인식을 바꾸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이는 김총재가 비자금사건에 연루된 대기업총수들에 대한 처분문제에
대해 "건실한 기업인에 한해 애국자 대우를 해야 한다"는 전제를 깔기는
했지만 "사법부가 판단할 일"이라며 적극적인 개입의지를 보이지 않은
것과도 맥락이 닿는다.

김총재는 이날 회견에서 9개부문에 걸쳐 나름대로의 경제위기 타개책을
제시, "경제제1주의"를 표방하는 정당으로서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는
모습이었다.

김총재는 <>기업인과 근로자의 사기고취 <>중소기업에 대한 국가적 지원
집중등을 거론한뒤 현안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문제에 대해
"기본적으로 찬성하나 우리의 경제체력기초를 회복하기 위해 2-3년간
가입을 유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총재는 또 "증시를 포함한 금융시장의 자율화를 촉진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한국은행독립과 금융실명제보완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총재는 이어 "물가는 우리경제를 괴롭히는 5고중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정부는 전체적인 물가통계와 함께 권위있는 민간 소비자단체
의 참여를 통해 생활필수품을 대상으로한 생활물가를 작성,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총재는 이밖에 <>대규모 감원사태와 관련한 40대 중년퇴직자대책
<>도시와 농촌의 공존공영체제 구축 <>기술개발 <>문화와 교육에 대한
과감한 투자 등을 정부에 촉구했다.

<문희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