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항공업계가 합종연횡에 휩싸여 있다.

굴지의 항공기제조업체들이 경쟁업체와의 합병과 제휴를 추진하는 한편
회사자체의 통합에 뛰어들었고 항공운송업계는 국적을 초월, 업무협력협정
체결에 앞다퉈 나섰다.

통합바람은 군수부문에서 먼저 비롯됐다.

미 보잉은 방산업체 로크웰의 군용기사업부문을 30억달러에 최근 인수키로
했으며 불아에로스파시엘과 다소는 정부주도하에 합병협상을 진행중이다.

또 영브리티시에어로스페이스(BAe)는 지난달 불라가르디의 유도탄
사업부문을 인수합병했다.

냉전체제의 종식으로 각국의 방위예산이 격감되는 현실에서 경쟁업체의
흡수를 통해 살아남으려는 생존전략이다.

대조적으로 호황을 구가중인 민간항공기제조업체에도 통합물결은 닥쳤다.

미보잉사의 전망에 따르면 지난해 사상초유의 순익을 기록한
항공운송업계가 앞으로 20년간 매년 5.1% 승객증가를 예상, 항공기
1만6,000대의 신규수요가 전망된다.

특히 대형항공기수요가 두드러지면서 "큰 새는 큰 둥지를 필요로
한다"는 속담이 업계에 회자되고 있다.

대표적인 통합시도는 유럽의 항공기제조업체 에어버스가 기존의
컨소시엄체제를 주식회사체제로 변신코자 하는 것.

에어버스의 소유주인 불아에로스파시엘, 독다임러벤츠
에어로스페이스(다사), 영 BAe, 스페인 카사 등은 항공기제조부문 사업을
통합키로 최근 잠정 합의하고 구체안 도출에 착수했다.

최종합의안이 마련되면 에어버스를 주식회사로 개편하든지 이를 완전히
대체할 새로운 공룡항공사를 탄생시킬 것으로 예상돼 항공기업계에
지각변동이 일 조짐이다.

느슨한 기업결합형태인 컨소시엄조직으로는 에어버스가 자체 손익을
보유할 수 없고 영업실적이 4개국 소유업체로 귀속된다.

독자적으로 업무추진도 불가능해 아시아각국과 추진하는 합작프로젝트
등에 능동적으로 대처키도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세계 최대의 항공업체 보잉은 747모델 개선작업에 부품업체들을
참여시키고 있다.

맥도널더글러스(MD)도 다른 업체들과 합작, 항공기개발계획을 추진중이다.

이같은 통합기류는 항공기시장이 자유경쟁체제로 전환되면서 대형항공사들
마저 규모의 경제를 통한 비용절감시책이 절실해진데 따른 것이다.

이와 관련, 보잉사의 프랭크 쉬론츠회장은 "과거에는 항공기제조시에
성능에 주로 신경썼지만 요즘엔 투입비용에 더욱 관심을 갖는다"고
말했다.

수요업체인 항공운송사들이 경쟁입찰을 열어 저렴한 가격을 제시한
업체와 기종을 낙찰하는 풍조가 확산되기 때문이다.

일례로 항공운송업체 브리티시에어웨이(BA)는 최근 60대의 민항기
발주를 내고 주요 항공기제조업체들을 대상으로 경쟁입찰을 열었다.

그러나 입찰에 참여한 보잉, 에어버스, MD, BAe 등이 만족할 만한 금액을
제시못해 유찰됐다.

통합기류의 또 다른 이유는 대형항공기 수요가 전세계적으로 늘어나면서
엄청난 개발비를 감당하기 위해서다.

보잉은 400인승규모의 747기종을 확장하는 모델개발비로 20억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한다.

그러나 이 액수는 기본모델을 개량하는 것이어서 상대적으로 적은 편.

에어버스는 500인승이상의 초대형여객기 A3XX모델 개발비로 80억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한다.

때문에 에어버스는 이 모델개발을 위해 영롤스로이스를 엔진합작선으로
선정하고 추가로 아시아업체를 끌어들일 구상이다.

보잉은 747기 개량모델의 엔진개발에 제너럴일렉트릭과 프랫&휘트니를
협력업체로 선정했다.

이들 세계 양대 항공기엔진메이커가 엔진개발에 협력키로 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주요항공기제조업체들은 이와 함께 항공산업 태동기를 맞고있는 중국
일본 등 아시아에서 중형기개발을 위해 협력체제구축을 가속화하고 있다.

항공운송업체들도 노선을 공동운항키로 하는 협정체결에 나서는 등
항공업계에는 "적과의 동침"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 유재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