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틸트 본 혼양(27)은 프라자호텔 프런트데스크에서 일하는 스웨덴 여성.

올해 스위스호텔학교의 추천을 받아 1년간의 계약으로 한국에서 근무하게
됐다.

스위스호텔학교를 나온 이후 태국에서 일하면서 아시아의 문화에 푹 빠진
이색 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일하는 프라자호텔 객실영업팀내에서는 "고양이"라고 불린다.

살금살금 걷는 몸짓이 마치 도둑고양이 같기 때문.

기척소리도 없이 갑자기 옆에 나타나는 바람에 팀동료들이 깜짝 놀란
일이 한두번이 아니란다.

"스웨덴에 있을 때는 성큼성큼 활보했어요.

하지만 태국에서 일할 때부터 조용히 걷는 버릇이 생겼죠.

동양적 문화의 영향탓인 것 같아요"

마틸트양이 담당하는 일은 프런트데스크에서 외국인 손님을 안내하는 일.

독어 불어 영어 등 4개국어에 능통한데다 다른 외국어도 어느정도 소통이
가능해 아주 제격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한국어와 일본어를 모른다고.

"동양계 손님이 오면 은근히 피해요.

다른 동료뒤로 가서 분위기를 살피죠"

이러다보니 다른 동료들한테 미안하기도 하지만 "일"이 더 적게 돌아오니까
장점이라고 장난기 어린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여린 마음속에는 독한 오기가 숨어있는 법.

한국에 온 뒤로 매일 오전에는 연세어학당에 가서 한국어 마스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요즘에는 배운 한국어를 실생활에 구사해 보는데 재미를 느낀다.

택시를 타고 가면서 운전사에게 말을 거는 것도 이젠 하나의 취미다.

"얼마전에는 "마포로 가주세요"라는 말을 "마포 주세요"라고 말해
웃음바다가 돼버렸죠"

열렬한 동물애호가이기도 한 그는 육식을 전혀 안하는 채식주의자.

좋아하는 한국음식인 김밥이나 비빔밥을 먹을 때도 항상 고기는 빼고
먹는다고.

앞으로 동남아시아 호텔업계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그녀.

그렇지만 언젠가는 고향에 있는 아버지의 농장으로 다시 돌아갈 계획을
세우고 있는, 파란 눈처럼 파랗게 꿈을 펼치는 아가씨다.

< 글=김준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