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515) 제12부 낙엽 진 뜨락에 석양빛 비끼고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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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처럼 대부인을 따라가는 보옥의 모습을 모며 왕부인이 옷소매로
눈물을 훔쳤다.
대부인이 왕부인을 위로하며 말했다.
"내가 이 아이를 데려가는 이유를 알겠느냐?
내 방에는 경서들이 많이 있어 그 방에 들어가 있으면 마음이 좀
안정되거든.
경서들을 읽으면 더욱 효과가 있을 거고.경서가 통령보옥대신
이 아이에게 미칠 재앙을 막아줄 수도 있을 거야"
"어머님은 복이 많으신 분이니까 그 복이 또한 보옥에게 미칠 재앙을
막아주겠지요"
왕부인이 애써 눈물을 감추며 자세를 바로 하였다.
보옥이 대부인의 거처로 가니 원앙을 비롯한 시녀들이 나와 맞아주었다.
원앙은 보옥의 큰아버지 가사가 첩으로 삼으려 했으나 머리카락을
자르면서가지 버틴 시녀가 아닌가.
보옥은 원앙을 보자 그 앞에 넙죽 엎드려 절을 하였다.
마치 원앙의 기개를 높이 기린다는 듯이.
원앙이 당황해 어쩔 줄을 몰랐다.
뒤따라 오던 습인이 기겁을 하여 보옥을 부축해서 일으켰다.
보옥은 습인의 팔에 끌려 일어나면서 입가로 침이 주르르 흘렸다.
도련님 제발 정신 좀 차리세요.
언제까지 이러실 거예요?
평소에 통령보옥을 우습게 여기시던 도련님이 그걸 잃어버렸다고 이렇게
넋이 나가시면 어떡해요?
그 동안 통령보옥의 힘으로 사신것도 아니잖아요?
습인이 속으로 통곡하며 부르짖었지만 보옥이 습인의 안타까운 마음을
알리 없었다.
대부인이 보옥을 방으로 데리고 들어가 서가에 꽂힌 경서들을 보라고
손으로 가리키자 보옥은 알았다는듯이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그러다가 경서들 중 하나를 뽑아 펼쳐보이면서 중얼거렸다.
"학문은 잃어버린 마음을 찾아가는 길고 긴 여정이다?
누가 이런 맹랑한 소리를 하셨나?
오호라, 맹자 선생이 그러셨군.
학문은 잃어버린 마음을 찾아가는 여정이 아니라 있던 마음도
잃어버리게 하는 몹쓸것들이지.
에이, 퉤퉤"
보옥이 그 경서에다 침까지 뱉고 있었다.
대부인이 화들짝 놀라며 보옥에게서 경서를 얼른 빼앗아 다시 서가에
꽂았다.
"원앙아, 안신제를 몇 알 가지고 와 보옥 도련님이 잡수시도록 하여라"
원앙이 안으로 들어가 안신제를 가져오자 대부인이 보옥더러 그 염소
똥 같은 알약들을 먹게 하였다.
보옥은 순순히 그 알약들을 입에 털어넣고 물을 마셔 목구멍으로
삼켰다.
"옳지, 옳지, 우리 보옥이 착하지"
대부인이 짐짓 칭찬을 해주니 보옥이 싱긋이 웃으며 손으로 뒤통수를
긁적였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5일자).
눈물을 훔쳤다.
대부인이 왕부인을 위로하며 말했다.
"내가 이 아이를 데려가는 이유를 알겠느냐?
내 방에는 경서들이 많이 있어 그 방에 들어가 있으면 마음이 좀
안정되거든.
경서들을 읽으면 더욱 효과가 있을 거고.경서가 통령보옥대신
이 아이에게 미칠 재앙을 막아줄 수도 있을 거야"
"어머님은 복이 많으신 분이니까 그 복이 또한 보옥에게 미칠 재앙을
막아주겠지요"
왕부인이 애써 눈물을 감추며 자세를 바로 하였다.
보옥이 대부인의 거처로 가니 원앙을 비롯한 시녀들이 나와 맞아주었다.
원앙은 보옥의 큰아버지 가사가 첩으로 삼으려 했으나 머리카락을
자르면서가지 버틴 시녀가 아닌가.
보옥은 원앙을 보자 그 앞에 넙죽 엎드려 절을 하였다.
마치 원앙의 기개를 높이 기린다는 듯이.
원앙이 당황해 어쩔 줄을 몰랐다.
뒤따라 오던 습인이 기겁을 하여 보옥을 부축해서 일으켰다.
보옥은 습인의 팔에 끌려 일어나면서 입가로 침이 주르르 흘렸다.
도련님 제발 정신 좀 차리세요.
언제까지 이러실 거예요?
평소에 통령보옥을 우습게 여기시던 도련님이 그걸 잃어버렸다고 이렇게
넋이 나가시면 어떡해요?
그 동안 통령보옥의 힘으로 사신것도 아니잖아요?
습인이 속으로 통곡하며 부르짖었지만 보옥이 습인의 안타까운 마음을
알리 없었다.
대부인이 보옥을 방으로 데리고 들어가 서가에 꽂힌 경서들을 보라고
손으로 가리키자 보옥은 알았다는듯이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그러다가 경서들 중 하나를 뽑아 펼쳐보이면서 중얼거렸다.
"학문은 잃어버린 마음을 찾아가는 길고 긴 여정이다?
누가 이런 맹랑한 소리를 하셨나?
오호라, 맹자 선생이 그러셨군.
학문은 잃어버린 마음을 찾아가는 여정이 아니라 있던 마음도
잃어버리게 하는 몹쓸것들이지.
에이, 퉤퉤"
보옥이 그 경서에다 침까지 뱉고 있었다.
대부인이 화들짝 놀라며 보옥에게서 경서를 얼른 빼앗아 다시 서가에
꽂았다.
"원앙아, 안신제를 몇 알 가지고 와 보옥 도련님이 잡수시도록 하여라"
원앙이 안으로 들어가 안신제를 가져오자 대부인이 보옥더러 그 염소
똥 같은 알약들을 먹게 하였다.
보옥은 순순히 그 알약들을 입에 털어넣고 물을 마셔 목구멍으로
삼켰다.
"옳지, 옳지, 우리 보옥이 착하지"
대부인이 짐짓 칭찬을 해주니 보옥이 싱긋이 웃으며 손으로 뒤통수를
긁적였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