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장래를 말할때 으례 "연착륙" (소프트 랭딩)이란 말이 등장한다.

북한을 비행중에 고장난 비행기로 비유해 부드럽게 착륙시키자는
뜻이다.

그러나 북한이 고장난 비행기라면 그 장래는 여러가지로 예측할 수 있다.

북한체재의 "붕괴" 즉 추락을 생각할 수 있고 궤도를 수정하는 "변화"를
기대할 수 있으며 또 "구조"를 전망할 수 있다.

북한이 현재 경재위기 특히 식량난으로 "고장난 비행기"라는 사실은
모두 인정한다.

단지 각국의 입장이나 정부내 담당부서에 따라 북한정권의 장래에
디핸 예측이 다를뿐이다.

우리 정부는 "언제 추락할지 모르니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한다"는
입장이고 지난 3월 게리 럭 주한미군사령과의 미의회 증언도 같은
시각이다.

그러나 미 국무부는 북한체재를 부드럽게 "살리자"는 쪽이라 할 수 있고
일본은 작년말부터 북한이 중장기적으로 체재붕괴과정에 들어갔다는
견해이며 중국은 북한체재에 대한 언급을 자재하고 있지만 대체로
상당기간 존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어느 관림에서든 북한이 심각한 식량난으로 북한을 탈출해 제3국에서
떠돌고 있는 탈북자가 2,000에 가까운 것으로 추산된다.

그리고 이같은 탈북자의 증가추세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때문인지 외신보도에 의하면 중국은 북한 난민의 수용과 원조물자
보관 등을 위해 거대한 난민수용 시설을 국경지대인 연변 조선족 자치주에
건설했다 한다.

또 일본도 북한이 붕괴할 경우 상당수의 난민이 일본으로 들어올 것에
대비,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려고 고심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정부역시 그간 "북한정권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으려고" 신중한
자세를 취해왔으나 급증하는 탈북자를 보호하고 정착을 지원하기 위해
법을 제정키로했다 한다.

"북한 탈출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안"으로 북한난민을
위한 수용소 설치와 탈북자들에게 3년간 체계적인 사회정착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것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우선 98년까지 충남 천안 인근에 5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보호시설"을
건설하고 각 지역별로 수용시설을 확충해 나갈 계획이라는 것이다.

독일의 경우를 참고하더라도 이 같은 법은 필요하다.

다만 그 재원확보 등 몇가지 문제점이 있는 모양이지만 다른 지출을
삭감하더라도 이 재원만은 확보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