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을 다 뒤지며 아무리 찾아도 통령보옥이 나타나지 않자 집사
임지효가 장안에서 용하다는 유철취(유철취)라는 점쟁이를 찾아가 점을 쳐
보았다.

유철취는 글자가 적힌 종이들을 딱지처럼 접어 흩뿌렸다가 그 중 하나를
골라 종이에 적힌 글자로 점을 치는 점쟁이였다.

유철취는 임지효로부터 통령보옥과 관련된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기도
전에 종이 하나를 골라 거기에 적힌 글자로 점을 쳐나가기 시작했다.

"음, 상자구먼. 맨 위에 작을 소자가 있고 중간에 입 구자가 있으니,
입에 들어갈 만한 작은 물건을 잃어버린 게군. 구슬이나 다른 보석쯤
되겠군"

임지효는 입을 딱 벌리며 감탄해 마지않았다.

"소문에 듣던 대로 참으로 용하십니다.

어떻게 그걸 아셨습니까?"

"밑 글자를 떼어 보면 패자인데 이건 견자와 닮았거든.

사람들이 눈에 불을 켜고 찾고 있는 형용이지"

"그렇군요.

사실은 우리 도련님이 어릴 적부터 차고 있던 구슬을 잃어버렸는데
그 구슬이 보통 구슬이 아니거든요.

도련님의 생명과 직결된 것이라 온 집안이 난리가 났습니다.

제발 그 구슬을 찾을수 있는 방도를 알려주십시오"

유철취가 눈을 지그시 감았다가 뜨며 말했다.

"상자에서 밑의 두 다리를 떼어 내면 당자와 비슷한 글자가 되는데,
이건 그 물건이 전당포에 있다는 뜻이지.

전당포에 있긴 한데 두 다리가 달려 있으니 이 전당포 저 전당포로
옮겨 다니기 십상이지.

빨리 서두르지 않으면 멀리 달아나버리겠어"

임지효는 이 말을 듣고는 급히 달려와 아내에게 전하였고, 임지효의
아내는 집안의 부인들에게 점괘를 알렸다.

그러자 부인들은 하인들을 장안에 풀어 전당포라는 전당포는 다 뒤져
보게 하였다.

하지만 전당포마다 그 비슷한 구슬은 있는데 보옥의 통령보옥은 찾을
길이 없었다.

유철취의 말대로 통령보옥은 다리를 달고 이 전당포 전 전당포로 옮겨
다니다가 아예 먼 곳으로 가버렸는지도 몰랐다.

이번에는 영국부 부인들이 여승들 중에서 점을 잘 친다는 묘옥을
찾아가 통령보옥에 대하여 점을 쳐 달라고 부탁하였다.

묘옥은 처음에는 점은 치지 않는다고 잡아떼다가 부인들이 간절히
부탁을 하자 할수 없다는 듯 점붓을 꺼내 들었다.

묘옥은 점을 치러 온 사람에게 붓을 쥐고 있도록 하고는 주문을
외었는데, 조금 지나면 주문의 힘에 의하여 신장대처럼 붓이 저절로
움직여 글씨를 쓰는 것이었다.

부인들은 자기들이 붓을 쥐고 있기가 무서워 수연이라는 시녀로 하여금
쥐고 있도록 하였다.

잠시 후,아니나다를까 수연의 손에 쥐여 있는 붓이 덜덜 떨리면서
글씨를 쓰기 시작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