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특히, 땅의 형상 방위 기상 역사와 문화 등 다양한
특징을 함축해 만들어진 땅이름이 많다.
이런 지명은 거의 한자로 되어있어 뜻을 풀기만 하여도 그 지역의
특징을 파악할 수 있다.
지명에 빛광자나 볕양자가 들어 있으면 밝고 따뜻한 곳이며, 평평할
평자나 원자가 들어있는 곳은 평탄한 지역이다.
물수자나 따뜻할 온자는 온천이나 생수가 나는 지역으로 판단하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전라남도의 광양은 빛광자와 볕양자로 이루어졌는데,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광양제철소의 가동으로 항시 빛을 발하는 지역이 됐다.
광주가 전주와 나주를 제치고 직할시로 승격된 것도 지명이 "빛고을"이기
때문인지 모른다.
경기도 광명시 역시 시흥군 서면 광명리에서 급속히 번창하여 오늘날
40여만명의 인구를 바라보는 대도시가 되었다.
이와 반대로 어우울암 그늘음 등 음습하고 암울한 글자가 들어있는
지명도 있다.
충청북도 음성군은 속리산의 준령인 부용산(644m)과 통달산(651m)을
연결하는 능선의 북쪽에 위치, 실제로 햇볕이 많이 들지 않는 그늘진
곳이기에 이같은 지명이 지어졌다.
온천의 대명사격인 충청남도 온양도 글자 그대로 유명한 온천지가 됐다.
경상남도 창녕에 지형이 가마솥같다하여 부곡이라 지명을 가진 곳이
있다.
가마솥은 ''끓는다'' ''뜨겁다''를 연상시키기에 이곳에선 하루에 3,000t의
온천수가 나와 부곡하와이라는 유명한 온천지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풍수론을 근거로한 예언적 지명도 많다.
풍수에선 산을 용으로 보기에 지명에 용자가 들어가는 곳이 많다.
용이란 신성한 영물이다.
경기도 용인은 글자그대로 ''어진용''이라는 뜻이다.
옛말에 ''살아서 진천, 죽어서 용인''이라는 말이 있듯이 용인은
풍수적으로 명당이 많은 지역이다.
죽은자에게 좋은 곳이면 산자에게도 좋은 곳이기에 용인은 살기좋은
곳으로 유명하다.
서울의 용산은 형세가 용을 닮은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은 지명때문에 그런지 현재 국방부와 미8군이 있고 예전에는
일본군이 주둔하는 등 군사의 요충지로 이름난 곳이다.
하늘천자가 지명에 들어간 대표적인 곳은 천안이다.
고려 태조가 하늘아래 으뜸가는 요충지라고 해서 지금의 천안이라는
지명이 생긴곳이다.
서울관악구는 ''하늘을 받든다''라는 뜻을 가진 봉천동이 있다.
서울의 대표적인 달동네였던 이곳에 서울대학교가 들어서고 지하철
2호선이 지나면서 크게 발전하고 있으니 지명의 덕을 보고 있는것 같다.
이렇듯 지명에 내포된 뜻을 조금만 살펴보면 어느정도 지역에 대한
해석이 가능하고 경우에 따라선 앞으로 어떻게 발전, 또는 변모할지
예견도 가능하다.
정광영 < 한국부동산컨설팅 대표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