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 5.18사건과 전두환.노태우 두전직대통령의 비자금사건에 대한
선고공판이 열린 26일 법정주변은 5.18관련단체회원의 시위 등으로 긴장된
분위기가 연출됐으며 전.노씨의 연희동 자택은 일부 비서관과 가족들만이
집을 지켜 정적감마저 감돌았다.

또 강남고속터미널 등 주요 터미널대합실과 서울역 등에도 여행을
떠나려는 시민들이 전.노씨 선고공판 중계방송을 지켜보며 선고형량을
놓고 설왕설래하는 모습들이었다.

<>.이날 26일 오전 서울지법 정문 앞에는 5.18 민중항쟁구속자회
등 5.18 관련단체 회원 20여명이 플래카드를 내걸고 구호를 외치며
이를 막는 경찰과 격렬한 몸싸움.

이들은 이날 새벽 전세버스를 이용해 광주에서 상경하거나 서울에서
모여 든 회원중 일부로 상복 또는 비옷을 입은 채 오전 9시16분께와
9시38분께 각각 노태우, 전두환 피고인을 태운 호송버스가 들어올때마다
"피고인 전원 법정 구속"과 "엄중 처벌" 등의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를
내걸고 시위.

경찰은 이중 20명을 몸싸움 끝에 경찰 버스에 태워 간신히 연행.

한편 5.18 관련단체 회원 40여명은 이날 정식으로 방청권을 얻어
선고공판을 지켜보기 위해 법정에 입정, 사복 경찰관들이 따라붙는 등
긴장된 분위기를 연출.

<>.12.12와 5.18 사건 1심 선고공판이 마무리된 26일 오후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대통령의 연희동 자택은 오전과는 달리 선고형량에 따라
분위기가 대조적인 모습.

서울 서대문구 연희1동 전두환씨 자택은 가족들이 공판 참석과 백담사
불공으로 모두 자리를 비운 가운데 전씨에게 "사형"이 선고된데 대해
몹시 침통한 분위기.

전화를 받은 한 비서관은 선고형량에 대한 질문에 "예정된 절차가
아니겠느냐"며 침울하게 답변.

<>.반면 연희3동 노태우씨 자택은 선고형량이 구형량인 "무기징역"보다
훨씬 낮은 22년6월로 확정되자 다소 여유를 찾는 모습.

노씨에 대한 선고공판이 끝난 뒤 오후에는 노태우씨의 부인 김옥숙씨와
친하게 지내는 비서관 부인 2명이 찾아와 김씨와 안방에서 TV를 지켜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등 선고결과를 초조히 기다리던 침울한 분위기의
오전과는 달라진 양상.

<>.이날 낮 12시10분께 재판부의 판결이 전해지자 법정밖에서 대기중이던
5.18단체 회원들은 "이 나라의 법정의는 사라졌다"며 몹시 실망해하는
분위기.

특히 정호용 피고인의 내란목적 살인 부분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고
박준병 피고인에게는 완전 무죄가 선고되자 "5.18 광주학살 주동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의 판결은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흰 소복을 입고 2층 검색대에서 기다리고 있던 5.18단체 회원들은
"어찌 이런판결이 나올 수 있느냐.

재판부는 자폭하라"고 고함을 질렀으며 일부 여성회원들은 "이제 죽은
내 아들은 어디서 찾느냐"며 울음을 터뜨렸다.

<>.5.18 학살자 재판회부를 위한 광주.전남 공동대책위 (상임위원장
강신석 목사)는 이날 재판이 끝난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재판결과에
대해 광주시민과 더불어 승복할 수 없다"며 "국민적 심판을 다시 내리기
위해 대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선언.

공대위는 이어 "재판부의 이같은 결정은 오직 내년 대선에
집착하고 있는 현정부의 5,6공 세력 끌어안기에 일조하는 결과는
초래했다"고 비난했다.

<>.서울 강남고속버스 터미널 등 주요 터미널 대합실과 서울역 등에도
여행을 떠나려는 시민들이 출발 시간을 기다리며 구내 대형 TV앞에
1백여명씩 둘러 앉아 전.노씨 선고공판 중계방송을 지켜봤으며 이중
일부는 전.노씨에게 내려진 선고 형량을 놓고 설왕설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과 서초구 반포동, 잠원동, 송파구 잠실동 일대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도 주민들이 TV를 켜놓고 중계방송을 통해 방영되는
전.노씨의 초라한모습을 지켜보며 격세지감을 느끼는 듯한 표정.

특히 이날 아파트단지 주차장에는 평소 오전 시간과는 달리 승용차가
주차장에 가득해 이번 재판에 대한 뜨거운 국민적 관심을 반영.

<>.서울 여의도 증권가는 전.노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선고형량이
증시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

증시가 시작된 9시께 여의도 증권가 객장에 나와있던 손님들은 주식
시세 현황판이 아닌 대형 TV앞에 모여 앉아 재판 진행과정을 지켜보며
이번 재판이 경제에 미칠 파급효과에 대해 난상토론.

여의도 D증권 객장에 나온 주식 투자자 서정숙씨(42.주부.서울 서초구
방배동)는 "정권찬탈과 4천억원의 비자금 조성 등의 범죄를 저지른 이들
두 전직대통령에 대해 엄중한 형량이 내려지는 것이 역사적으로 옳은 일"
이라며 "전.노씨에 대한 선고형량이 어느 정도 주가지수에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러운 반응.

<>.이날 불구속 재판을 받는 피고인 가운데 반란중요임무종사혐의로
징역 10년이 구형된 박종규 피고인이 오전 9시5분께 가장 먼저 입정.

박피고인은 소감이 어떻느냐는 기자질문에 굳은 표정을 풀지 않은
채 묵묵부답으로 일관.

이어 오전 9시10분께 장세동 피고인이 입정한 뒤 20여분 뒤에는
이희성, 주영복 피고인이 잇달아 입정했으며 특히 장피고인은 특유의
웃는 표정으로 기자들을 향해 "수고하십니다"라는 인사를 하는 등
여유를 보이기도.

카메라기자들의 플래쉬 세례를 피하기 위해 검색대 주변에서
서성이던 노태우씨의 아들 재헌씨는 이날 오전 9시45분께 약간
웃음띤 얼굴로 입정하며 "드릴 말씀이없습니다"라고만 짧게 언급.

또 지난 27차례의 공판과정에서 3번을 제외하곤 개근(?)하다시피한
전두환 피고인의 비서관 이연주씨가 이번 선고공판에도 어김없이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서울지법 2층 검색대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됐던 황영시
피고인 등 불구속 피고인 7명은 카메라 기자들을 피해 4층과 지하
출입문을 통해 법정에 들어갔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7일자).